원고료 월 100만원 안 되기도…“근무기준 정형화할 것”
원고료 월 100만원 안 되기도…“근무기준 정형화할 것”
  • 박상협
  • 승인 2018.02.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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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열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 인터뷰
업무 시간에 휴일까지 불명확
임금 기준도 모르고 그냥 일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 의지
염정열
염정열
대구, 경북지역 방송작가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24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이하 영남지회)가 출범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 영남지회는 전국최초 지역분회로, 현재 대구, 안동, 포항, 울산,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지역 MBC, KBS, TBC, 교통방송 등 4개 방송사 작가 50여 명이 가입하고 있다.

이번 영남지회 출범식이 있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전국 단위의 방송작가 노조가 결성되면서 방송작가 처우 개선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인니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방송작가가 내부고발을 하면서 방송계 전반에 숨어 있던 갑질 문화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이 작가가 몸담았던 프로그램이 사회정의와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인기를 누렸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와 뉴스타파의 ‘목격자들’이라는 점이 더욱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다.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시행하는 제도 개선을 시작했다. 작가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24일 열린 영남지회의 출범식에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다. 다음은 영남지회 염정열 지회장과의 일문일답.

△노조 출범의 배경이 궁금하다.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10년 20년 일해 온 작가들은 당장 그만 두어도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20대 30대 초반의 후배들은 갈 곳이 없다. 그들이 방송작가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보편의 처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성이 컸다.”

△방송작가를 둘러싼 핵심 문제는?

“방송작가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3.8시간인데 비해 월 평균 급여가 170만원이라는 실태조사 자료가 있다. 수입구조가 열악한 지역 방송작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임금이 월100만원도 안 된다. 출퇴근 시간과 휴일이 불분명한 열악한 근무환경과 최소한의 고용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정장치가 없는 데서 오는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2000년대 노조 설립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난해에서야 출범을 할 수 있었다. 정식 노조 출범식을 하기까지의 분위기는 어땠나?

“2000년대 초만 해도 노조를 결성한다고 하면 사측의 분위기가 살벌했다.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PD들도 민감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PD들도 많아졌고, 사측에서도 출범식 장소를 지원해 줄만큼 인정하는 분위기다.”

△달라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방송작가 노조 출범을 적폐청산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연장선에서 봐 주는 것 같다.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적폐청산에 대한 요구가 높아서 방송작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임금 지급 및 인상 기준 마련이다. 방송사별로 내부 사정이나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방송작가들은 본인의 원고료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지급 받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일의 강도에 따른 원고료나 연차별 원고료의 차이 등의 기준이 없는데다 그마저 인상 없이 거의 동결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작가들의 원고료는 미동이 전혀 없다. 세상은 우상향되고 있는데 방송작가들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도 시급해 보인다.

“방송초기에는 작가라는 직업군이 없었다. PD가 직접 원고를 쓰는 등 작가 일을 겸했다. 그러다 PD의 필요에 의해 작가가 분업화 되면서 PD와 작가간의 암묵적인 계약관계가 고착화 됐고, PD를 끼고 사측과 대화를 해야 했다. 작가의 요구가 사측에 제대로 관철되기 힘든 구조가 됐고, 작가들의 고용불안은 심화됐다. 표준근로계약서작성은 그런 문제점을 해소해 줄 것이다.”

△지금까지 방송작가로 세상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면, 이제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를 통해 하고 싶은 목소리는 무엇인가?

“열악한 방송작가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형화된 기준 마련 요구가 첫 번째 목소리고, 두 번째는 우리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건강한 방송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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