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SNS까지 관리, 눈물겨운 취준생들
개인 SNS까지 관리, 눈물겨운 취준생들
  • 장성환
  • 승인 2018.03.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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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담당이 들여다볼라”
정치적 성향·이념 관련 삭제
노력·열정 드러낸 내용 채워
사적공간까지 평가요소 활용
“새로운 스펙 하나 늘어” 한숨
#. 취업준비생 조학수(27·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토익 공부와 한국사 자격증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일 빠짐없이 SNS에 게시물을 올린다. 혹시라도 자신이 지원한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SNS 계정을 보게 됐을 때를 대비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의 SNS 계정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 문구, 토익 주요 영단어 모음, 새벽까지 공부하고 있는 사진 등 자신의 노력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조씨는 “학교 졸업하기 전에 취업캠프를 다녀왔는데 강사 말이 기업 인사담당자가 지원자 SNS 계정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그 얘기를 들은 뒤로 SNS에 나의 장점과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학교 4학년인 김 모(여·24·대구 동구 숙천동)씨는 본격적인 공채 시즌이 되자 SNS 계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을 나타낸 글을 삭제했다. 몇몇 기업의 이력서 양식에 지원자의 SNS 주소를 기재하는 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국가를 비판한 글이나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사진 등 진보적인 내용의 게시물은 모두 정리했다.

김씨는 “혹시 해당 기업의 인사담당자나 간부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일 경우 합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며 “내 정치적 신념이 취업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9.9%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 지역 취업준비생(취준생)과 대학생들이 개인 SNS까지 사전 검열하고 관리하며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SNS 관리가 새롭게 쌓아야 할 스펙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SNS는 지금까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에서 입사지원자의 SNS를 살펴보고 합격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불안한 마음이 생긴 청년들이 기업에 보여주기 위한 내용으로 SNS를 채우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념·생각 등이 들어간 글은 삭제하고, 대외활동·취업캠프 등 기업에서 좋아할 만한 내용의 글을 올리는 현상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잡코리아’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인사담당자의 73.7%가 지원자의 SNS를 살펴본다고 밝혔다. 특히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64.3%가 지원자의 SNS 내용과 활용 능력을 채용 결정에 참고한다고 답해 취준생들이 사적 공간인 SNS까지 취업의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부 청년들은 토익, 대외활동, 인턴, 해외 유학 등 기존에 갖춰야 할 스펙에 새롭게 쌓아야 할 스펙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정인후(26·대구 달서구 두류동)씨는 “안 그래도 이것저것 스펙 쌓기 바쁜데 그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인 SNS까지 취업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담스럽다”며 “갈수록 갖춰야 할 스펙이 늘어나 취준생 입장에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러한 부분을 규제·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에서 지원자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SNS를 활용할 것”이라며 “개인의 사적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개인이 SNS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장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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