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팀제 이후 17개 지역 형사팀 중 1위 차지
대구 달서경찰서 지역형사 팀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콤비가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조장과 조원이지만 소주한잔 걸친 날이면 계급장을 뗀 그저 편한 ‘형, 동생’이 된다. 웃는 모습이 꾀나 닮은 구본영(40)경장과 윤인영(27)순경을 만났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당시 다른 팀으로 회식자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익힌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6월 형사 팀이 대팀제로 바뀌면서 한 조가 됐다.
“형님은 형사계 내에서도 일 잘하는 형사로 손꼽히고 있어서 살짝 긴장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같은 조가 된 날 ‘형사는 훔친 놈, 때린 놈, 죽인 놈…한마디로 나쁜 놈을 잡으라고 존재하는 거니깐 한번 잘 해보자’라는 말에 왠지 믿음이 갔어요.”
형사라는 직업은 보통 직장인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같은 조원은 단순히 직장 선·후배가 아닌 ‘가족’이 된다. 진짜 가족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 당직이라도 있는 날이면 24시간을 꼬박 같이 보낸다. 그렇다보니 호칭도 자연스레 ‘형님’이 된다.
구형사가 “하루는 윤형사가 제 딸아이의 생일 선물이라며 큰 곰 인형을 주는 겁니다. 전날 딸아이와 전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는 몰래 선물을 준비한 거죠”라고 말하자 윤형사가 “형님 딸이면 제 딸이기도 한 거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가족 같은 분위기지만 사건 처리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지난달 지하철 폭발물 설치 사건에서 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지하철 1호선 송현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와 전 직원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며칠 사이 비슷한 전화가 3통이나 걸려온 상황이라 반드시 범인을 검거했어야 했다. 이날 형사 팀 전 직원이 현장에 출동했고 21일 범인은 구형사와 윤형사의 손에 잡혔다.
“형님의 철저한 정보원 관리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윤형사가 당시 사건의 내막을 설명하자 옆에 있던 구형사가 “윤형사의 철저한 탐문이 범인을 잡은 것”이라며 받아쳤다.
이런 찰떡궁합 덕분인지 이들은 대팀제 이후 실적을 조사한 결과 17개의 지역형사 팀 중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윤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구형사가 조용히 “사실 저 친구 때문에 제가 발전 하는 것 같습니다. 10여 년 동안 형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나태해 갈 때쯤 범인 검거의 기본인 ‘탐문’을 열심히 하는 윤형사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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