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자유한국당 공천, 앞날이 암울하다
[윤덕우 칼럼] 자유한국당 공천, 앞날이 암울하다
  • 승인 2018.04.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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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씨앗을 아무리 쪼개봐도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씨앗 속에는 이미 나무가 들어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78세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제 구속 기소됐다. 불행의 씨앗은 이미 11년 전 도를 넘은 서로의 비난에서 잉태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그래서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도 있나보다. 인생은 관 뚜껑 덮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때의 분위기는 지금과 정반대였다. 지금은 보수가 완전 죽을 쑤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바다이야기 등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다. 대신에 보수의 아이콘 박근혜는 인기짱이었다. 박근혜의 인기에 올라탄 사람이 ‘샐러리맨의 신화’ 이명박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은 여론조사전문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최시중 회장과 손잡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없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후보는 사생결단으로 서로를 비방했다. 당시 박 후보는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 검찰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도 왜 덮고 있습니까. 만만한 후보가 상대로 뽑힐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떳떳하다면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내 땅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동의서만 갖다 내면 됩니다. 지금 피한다고 검찰이 계속 입다물고 있겠습니까. 주가조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BBK는 누구의 회사인가. 오늘 아침 신문에 실제주인이 우리 당의 모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있다고 나왔습니다. ‘제2의 김대업이다. 정치공작이다’아무리 외쳐봤자 서류 한 장만 나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반격에 나선 이 후보는 “뭐 도곡동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여러분. 저는 이 경선에서 떨어뜨리려 하는 세력이 있음을 압니다. 왜 이명박을 떨어뜨리려 합니까. 본선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저를 경선에서 떨어뜨리려 공작과 음모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명박은 박 후보와 최태민, 최순실과의 의혹으로 공격했다. 그 때 서로에게 남긴 상처가 지금 두 사람의 운명을 만들었다.

경선 때의 앙금은 1년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로 나타났다. 보수분열과 붕괴의 시작이다. 대권을 장악한 이명박은 공천과정에서 형인 이상득과 이재오를 앞세워 김무성 등 친박계를 대량 학살했다. 소위 ‘형님 공천’이다. 덕분에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금뱃지를 달았다. 당시 박근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탈락 친박계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이들 중 다수는 급조된 친박연대와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입성에 성공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무성도 그들 중 한명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갔다. 2012년 19대 총선은 18대 총선과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와신상담하던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이 되자 친박계는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 식의 보복공천을 자행했다. 당권과 대권을 장악한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과 자원외교를 샅샅이 감사했다. 2016년 20대 총선때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를 통해 이재오 등 친이계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유승민 등을 배제하고자 했다. 김무성 대표는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며 공천장에 찍을 당 대표 직인을 챙겨 부산으로 내려갔다. 김무성의‘옥쇄파동’이다. 자중지란, 보수분열의 극치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 여파는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다. 공천과정에서의 앙금과 섭섭함이 남아있었던 탓인지 탄핵과정에서도 친이계와 김무성·유승민은 탄핵에 앞장서고 무리지어 탈당했다. 이명박은 박근혜의 탄핵과정을 팔짱끼고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치를 몰랐을까. 박근혜가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공명정대함을 잃고 자기사람 챙기기 공천이 당을 망치고 서로를 망치고 보수를 궤멸로 몰고갔다.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다. 혁신과 변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인재영입도 실패했다. 엉망진창인 공천의 악습은 6.13 지방선거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말이 공천(公薦)이지 사천(私薦)이다. 4년간 구정 질의 한번 못한 구의원에게 시의원 공천도 주고 있다. 이빠진 사발에 금이 더 간들 무슨 대수냐는 식이다. 공천신청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잡음없는 공천은 없다’고 말했다. 계파정치로 붕괴된 정당에서 친홍계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홍대표와 공천 잡음을 지켜보면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의 모습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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