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이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팔공시론> 이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 승인 2010.01.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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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지구상에 살고 있는 많은 동식물 중에 인간이 가장 못된 존재이다. 다른 생명체들은 지구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조화로운 공생의 길을 따라 살아왔지만 인간만은 오만하게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려 했다. 인간은 자신의 생활환경 특히 지구환경을 거스르려 했으며 심지어 파괴하기도 했다. 그들은 늘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고 했을 뿐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생물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인간들은 문화 창조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지식을 쌓아 더 지혜로워지려고 했고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물질문명을 발전시켜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유해 질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나아가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고 세상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되고자 했다. 한 나라의 권력자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문명이 곧 권력이 되었다.

스스로를 문명국가라고 자부하던 제국주의자들은 약한 나라들을 미개하여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고 멸시하였다. 약한 나라들도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파괴하고 자신들이 만든 문명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그들의 욕심은 분명했다. 세상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제국주의자들은 문명의 권력을 영원히 누리려고 하였다. 자신들이 차지한 세계를 오래도록 지배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문명 속으로 세상 모든 민족들을 끌어넣었다.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패배한 자는 무능하고 도태되어야할 존재이다.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차지하는 자가 승리자이고 그들이야 말로 정의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폭력적 지배를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그들이 만든 제도와 원칙은 점차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들어갔다. 제국주의의 끊임없는 팽창정책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파괴해 버렸다. 세계 경제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영원히 풍요를 누릴 것이라고 믿었지만 대공황으로 전 세계는 불황과 가난 속에서 빈곤을 겪어야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편안한 삶을 누릴 것이라고 했지만 과학기술은 우리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더 큰 재앙으로 우리를 징계하고 있다.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단 하루 동안 내린 폭설로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이 되었다. 백년만의 폭설이라고 했다. 그 좋은 장비와 우수한 인재들이 있었음에도 하루 전까지도 그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인간의 지혜와 능력을 자랑할 수 없게 되었다. 놀란 인간들은 다시 빙하기가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인간의 환경 파괴에 따른 온난화를 견디다 못한 지구가 스스로 자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등의 추측들도 난무한다.

중남미 아이티 공화국에서 발생한 진도7의 지진으로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놀랍고 안타까운 소식이다. 아이티 공화국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 지진 대책이 세워져 있었을 리 만무하니 그 피해가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자연 앞에 무능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지진이 그렇게 무섭다고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로도 예측할 수 없다. 지진을 피할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둘러 복구하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세종시의 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혼란과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수도를 옮기겠다고 시작한 애초의 계획이 좌절되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것이 힘들게 되자 교육과학기술 중심 경제도시로 만들겠다고 한다.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국토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시작했는데 그 본래의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론이 충청권과 다른 지방간의 차별론으로 분쟁의 핵심이 옮겨지고 있다. 정치권이 분열되어 다투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이제는 국민들을 이간시켜 지역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지역균형개발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수도 이전이 거론되었을 뿐이다. 자연 앞에서도 그러해야 하겠지만 세종시의 문제를 두고서도 이제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오로지 승리만이 정의라는 식으로 힘과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독선도 안 되겠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집도 버려야 한다. 그들의 독선과 아집은 자연의 재앙보다 더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다. 행복도시의 꿈은 세종시 만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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