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자기 꾀에 넘어간 참새
<팔공시론>자기 꾀에 넘어간 참새
  • 승인 2010.01.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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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옛날 옛날에 인도 어느 곳에 참새들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다. 많은 참새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별의별 참새들이 있었겠지만, 그 중 특히 욕심이 많고 잔꾀를 부리는 참새가 한 마리 있었다.

어느 날 이 참새는 배가 고파 어디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마을 곳곳을 낮게 날아다니며 먹을거리를 찾아 한가로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쌀과 보리의 낱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큰 길을 발견했다.

“와! 이게 웬 떡이냐!” 욕심 많은 참새는 즉시 큰 길 위로 내려와 낱알들을 정신없이 쪼아 먹었다. 그러나 참새는 조심성도 많았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저쪽 앞쪽으로 소가 끄는 수레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수레에는 쌀과 보리가마니가 잔뜩 실려 있었다. “아하! 이제 보니 쌀과 보리가 저 수레에서 흘러내린 것이구나.” 참새는 곡식 낱알을 배불리 먹은 다음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다음 날, 이 참새는 혹시나 하고 다시 어제의 그 큰 길 위로 날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냐!” 큰 길 위에 역시나 곡식의 낱알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날도 참새는 배불리 먹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큰 길 위에는 곡식의 낱알들이 흩어져 있었다. 또한 곡식의 낱알들이 흩어져 있는 자리에서 멀지 않는 곳에 어김없이 곡식 가마니를 싣고 가는 우마차가 보였다.

참새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곳은 아무도 모르니 매일 나 혼자 조용히 와서 배불리 먹어야겠다. 절대 친구들에게 알려주지 말자.” 그 날 저녁 곡식을 배불리 먹고 친구들에게 돌아 온 욕심 많은 참새는 잔머리를 굴렸다. 끔찍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 오늘 마을 큰 길 위를 지나다가 아주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어.”

“무슨 일이었니?” 친구가 물었다. 그러자 이 욕심 많은 참새는 과장된 몸짓에 짐짓 진저리 치며 대답했다. “어떤 참새 한 마리가 길가에 떨어진 곡식 낱알을 쪼아 먹다가 소가 끄는 수레에 깔려 죽었어.” 친구가 말했다.

“얼른 피하면 되잖아. 그까짓 소가 끄는 수레도 못 피해?” 욕심 많은 참새가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수레들이 엄청나게 빨리 지나가는 걸 그 멍청한 참새가 몰랐던 거야.” “그럼 우리는 그곳에 가지 말아야겠구나.” “물론이지, 큰 길은 정말 위험한 곳이야!”

순진한 참새들은 이 욕심 많은 참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큰 길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 욕심 많은 참새는 매일 친구들 몰래 큰 길로 가서 여유롭게 곡식을 먹고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친구들 몰래 혼자서 큰 길로 온 이 욕심 많은 참새가 낱알을 쪼아 먹고 있었다. 이 참새는 저기 앞에 한 대의 수레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 수레에도 곡식이 잔뜩 실려 있겠구나! 오늘은 아주 횡재를 하는구나!”

그런데 그 수레는 평소와 마찬가지인 소가 끄는 수레가 아니라 말이 끄는 마차였다. 먹이에 욕심을 냈던 이 욕심 많은 참새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 참새는 소가 끄는 수레의 속도만 생각하고 낱알을 쪼아 먹는데 정신이 팔렸다. “여기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조금만 더 먹자!”

그러나 이 욕심 많은 참새가 그런 생각을 할 즈음 참새의 머리 위로 거대한 마차의 바퀴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욕심 많은 참새는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했다. 탐욕에 눈이 어두웠던 이 참새는 말이 끄는 마차의 속도가 소가 끄는 수레의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욕심이 많아 눈이 멀었던 이 참새는 자기 꾀에 넘어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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