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당독주 체제’ 마감…견제·협치 시험대 올라
대구 ‘일당독주 체제’ 마감…견제·협치 시험대 올라
  • 윤주민
  • 승인 2018.06.14 18: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단체장·기초의회 선거가 가져온 변화와 과제
특정 정당 ‘싹쓸이’ 이제 옛 말
한국당, 무소속에 달성군수 내 줘
기초·광역의원은 민주당 약진
주민들 “민주주의 활성화 기대”
선거벽보 철거1
철거되는 선거벽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끝난 14일 대구 중구 성내1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들이 대구초등학교 외부에 설치된 선거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는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 오랜 자유한국당 일당 독주의 지역 정치 관행이 다른 지역처럼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굳건했던 보수의 빙산이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녹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록 광역 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등 지방행정을 맡은 집행부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대부분 수성에 성공했으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맡은 지방정치의 또 다른 축 즉,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일당 독식 체제가 마감됐다.

민심은 천심이라 대구지역 표심 역시 이번 선거를 감싼 시대적 변화의 바람을 피해가지 않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대구에 몰아친 ‘파란 바람’의 현장과 향후 예상되는 변화를 살펴본다.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 동구청장 선거는 특정 후보의 당선을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실제 지난 14일 새벽 4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동구청장 후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개표 시간이 흐르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재헌 후보와 자유한국당 배기철 후보로 윤곽이 좁혀졌지만 이 마저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강 구도로 흘러갔다. 결과는 배기철 후보가 6만2천891(37.4%)표를 받아 5만5천546표(33%)를 받은 서재헌 후보를 따돌리고 신임 동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바른미래당 강대식 후보는 재선 도전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거센 바람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파란 돌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공천파동’과 ‘국정농단’사태 등에 따른 후유증이 큰 지역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구 주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택하면서 배기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자유한국당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돌풍’은 동구를 빗겨갔고,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기초단체장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동구의회는 민주당 7명, 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바뀌게 됐다. 윤주민기자

○…대구 기초단체장 격전지 중 하나였던 수성구에선 자유한국당이 다시 한 번 수성(守城)에 성공했다.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김대권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남칠우 후보보다 10%포인트 가량 뒤처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김 후보가 12%p 정도 멀찍이 앞섰다. 선거 종반에 수성구 ‘샤이 보수’의 지지세가 결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수성구의회는 그야말로 대폭 물갈이가 이뤄져 바닥민심의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김부겸 효과’에 따른 여당 지지세가 보다 뚜렷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수성구의회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9명·한국당 8명·정의당 1명이 당선, 민주당 의원이 과반을 달성하며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강나리기자

○…대구 북구청장 선거에선 민주당과 한국당이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였다. 현 구청장인 한국당 배광식 후보는 민주당 이헌태 후보의 막판 세몰이로 진땀을 뺐으나, 결국 이 후보를 8%p 가량 따돌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배 당선인이 재선 구청장에 안착하며 보수의 아성은 가까스로 지켰지만 북구의회에선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의회와 집행부간 견제와 균형, 협력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 여부 등이 주민들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북구의회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8명, 한국당 10명이 당선돼 한국당이 우세한 가운데 다소 균형있는 양분화가 이뤄졌다. 지난 2014년 북구의회의원 선거에선 새누리당 14명, 새정치민주연합 1명으로 1당 독주 체제가 형성된 바 있다.

지역주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직장인 김종태(33·북구 침산동)씨는 “앞으로 북구 집행부와 의회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될 지 기대된다”며 “모쪼록 지방 정치인들이 자기 배만 부풀리기보다, 현장에서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제7회 지방선거에서 대구 달서구는 예상 못한 초접전지였다. 이번 선거로 달서구는 민주당 바람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대구 달서구청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대부분 자유한국당 이태훈 당선자의 수월한 당선을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사뭇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용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이 당선자(득표율 56.3%)는 김 후보(득표율 43.7%)와 12.6%포인트 차이로 달서구청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개표가 한창이던 지난 13일 오후 11시 13분께 김 후보는 이 당선자를 앞지르기도 했다. 당시 격차는 511표(0.8%포인트), 개표율은 27.2%였다.

‘파란 바람’은 달서구의회에도 불었다. 지난 제6회 지방선거 결과 달서구의원 당선자 총 21명 중 진보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4명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달서구의원 당선자 총 21명 중 민주당 소속은 9명으로 대폭 늘었다. 정은빈기자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파란 물결이 이어졌으나 대구 중구청장에는 자유한국당 류규하 후보가 당선됐다. 수성구에서 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하다 중구청장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노상석 후보와 달리 류 당선자는 제3대 중구의회 의장·제7대 대구시의회 의장 등을 지내며 중구에 일찌감치 터를 잡고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구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기초단체장과 달리 대구 중구의회에는 변화의 바람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의 비율이 일방적인 1:6 구조에서 3:4의 비등한 구조로 바뀌었다. 장성환기자

○…대구 남구청장에도 별다른 이변 없이 자유한국당의 조재구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철 후보가 2만2천302표를 얻어 31.7% 득표율을 차지하고, 무소속 권태형 후보가 1만4천88표로 20%의 득표율을 얻는 등 선전했으나 조 당선자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반면 대구 남구의회에는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남구의회에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생기게 된 것.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 후보 6명, 무소속 후보 2명 당선됐으나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3명, 자유한국당 후보 3명이 당선됐다.

장성환기자

○…대구 서구청장에는 자유한국당 류한국 당선자가 득표율 50.1%로 무난하게 당선,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평가가 앞선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뒤늦게 등판한 바른미래당 서중현 후보(득표율 21.7%)가 진보당 지지표를 분산시킨 것이 류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 후보 없이 더불어민주당 윤선진 후보(득표율 28.3%)와 맞붙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기세는 서구의원 당선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6·13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 소속 서구의원은 지난 제6회 지방선거 당선자 대비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새로 출범할 제8대 서구의회 의원 총 9명 중 민주당은 3명, 한국당은 5명. 나머지 1명은 무소속이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 서구의회 의석 10자리 중 8자리를 새누리당이 차지했던 것과 뚜렷한 차이다. 이로써 향후 4년간 서구의회 분위기가 지난 4년간과 크게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은빈기자

○…달성군수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조성제 후보(시의원)와 3선 가도에서 공천 배제에 몰려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나선 김문오 후보(현 군수)가 맞붙어 김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운동 개시 전 여론조사에서는 조성제 후보가 앞선다는 게 자유한국당 자체분석이었으나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자 김문오 후보가 상승세와 우세를 유지한 끝에 비교적 여유 있게 승리했다. 달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김문오 군수가 이번 3선 선거전에서 다시 무소속으로 나서 당선(2선때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되면서 자유한국당에게는 달성군을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유일한 참패지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달성군에도 무서운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현 달성군의회 군의원 8명 전원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데 비해, 이번에 뽑힌 당선자(현 군의원 수보다 2명 증원해 10명)는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6명의 분포로 특정당 독주 체제의 종언을 고하게 만들었다. 3선 군정을 맡게 된 김 군수는 정당별 의회 구성 변화가 가져올 부담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달성=신동술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