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여름음악축제’ 10년…국제적 면모까지 갖추다
민간주도 ‘여름음악축제’ 10년…국제적 면모까지 갖추다
  • 황인옥
  • 승인 2018.07.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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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예술전문단체 공간울림 이상경 대표

첫 축제 후 대구문화재단 지원사업 선정

일회성으로 기획한 축제, 본격 탄력 조짐

14~22일 英 음악 주제 다양한 무대 마련

中 국제음악가협의회 제안에 ‘첫 콩쿠르’

25년간 하우스 공연 이어온 ‘공간울림’

市 전문예술단체 지정 등 기획력 입증
이상경 공간울림 대표는 영남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연세대학교에서 오르간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음악학교(Nederland Utrecht Conservatory에서 Diplom를 받았다. 현재 전문예술단체 공간울림 대표와 대구음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소꿉놀이 하듯 꼬물꼬물 해오던 하우스콘서트가 15년째 되던 해에 이정표 하나 찍고 가자는 심정으로 여름축제를 기획했어요. 일회성으로 기획한 축제였는데 어느 듯 10회째를 맞이하고 있네요.(웃음)”

민간예술전문단체인 공간울림 이상경 대표가 지난 9년 동안의 축제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말이 10회째지, 민간단체가 일정 규모를 갖춘 축제형식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한 자의 회환같은 회상 같았다. 그녀가 “하우스콘서트 개최 15주년에 한번 하고, 30주년에 또 한번 하자는 심정이었는데 매년하고 있다”면서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첫 축제가 열린 해는 2009년 여름. 이 대표는 축제의 주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순수예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주제이면 더할나위 없겠다는 가닥 하나는 잡았다. 그때 뇌리를 스친 것이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대중이 모차르트 곡인 줄도 모르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악이 아닙니까? 엘리베이터나, 휴대폰 컬러링, 광고 등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니 대중과의 소통력을 높이기에 제격인 작곡가라고 판단했죠.”

모차르트의 대중성에 주목해서 정해진 주제가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축제 프로그램은 대중적인 모차르트에 한 걸음 더 들어가도록 심화했다. 모차르트 음악을 피아노와 오르간, 실내앙상블 등의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공연하고, 협주곡과 미발표 작품과 재즈 버전 연주 등 축제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 모차르트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강은 필수로 추가했다.

2009년 여름축제는 주체자와 관람자 모두 만족하는 축제로 치러졌다. 문제는 이듬해 생겼다. 2009년 참가팀이었던 노보시비리스크 필하모니아 콰르텟이 축제에 참가하고 떠나며 바하의 피아노 형식에 비틀즈 노래를 연주한 DVD를 보내오며 내년에는 바흐에 대한 축제를 제안한 것.

난감한 제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 재즈 연주팀으로 참가한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 트리오(Neo Tarditional Jazz Trio)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오종대가 내년에는 어떤 음악을 하면 되느냐며 내년 축제를 은근히 부추긴 것. “축제에 참가했던 연주자들이 내년에도 축제가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그만큼 첫 축제가 인상적이었다는 반증으로 느껴졌어요.” 때마침 이듬해에 대구문화재단에서도 ‘유쾌한 바흐’가 우수기획공연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있어 일회성으로 포문을 연 축제가 2010년에도 치러졌다.

기왕지사 계속할 축제라면 주제에 통일성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3회 축제부터 주제에 국가나 도시를 모티브로 했다. 그 해에 한국과 관련된 행사가 있는 국가나 도시가 타켓이 되는 식이었다.  2018년 제10회 여름축제는 한·영 상호교류의 해에 맞춰 ‘위풍당당 영국을 만나라’라는 주제로 열리게 된다.

민간주도의 도심형 축제로 국경 없는 문화공동체사업으로 10회째의 축제를 개최해 온 만큼 올해는 영국의 고전음악으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기악, 성악, 실내앙상블, 오케스트라음악과 현대무용, 합창 거기에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영화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네 손을 위한 피아노로 그리고 ‘한 여름 밤의 꿈’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융합해 새로이 구성된 극음악으로 지역의 각 크고 작은 무대에 올려진다. 축제 규모도 10회에 걸맞게 위용을 갖췄다. 축제 참가 연주자만 100여명을 웃돌고, 공연장도 수성아트피아 등 다수의 공연장으로 펼쳐졌다.

“기초예술을 축제라는 그릇에 담아 모든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메인공연과 100여명의 중국학생들과 함께 하는 국제음악콩쿨,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한 음악교육, 극장을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게 될 문화체험 등으로 영국의 문화를 다채롭게 만나도록 올해 축제를 구성했어요.”

특히 올해는 중국에 있는 전구국제음악가협회에서 공간울림의 여름축제에 국제콩쿠르 개최를 제안해, 콩쿠르 심사위원과 참가학생, 학부모, 스탭 등 200여명이 대구를 찾아 국내 참가자들과 실력을 겨루게 된다. 민간주도 축제에 대규모 해외 인원의 참가는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10만 명의 회원을 가진 중국의 음악가협회가 몇 년 전부터 우리 축제에 국제콩쿠르를 제안해서 올해 첫 콩쿠르를 개최하게 됐어요.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는 축제로서 큰 세상과 소통하며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싶어요”

공간울림 페스트지기는 축제의 꽃이다. 젊음의 열정과 생동감으로 축제가 열리는 곳곳에서 자원봉사로 축제 진행을 돕고 있다. 현재 공간울림 페스트지기는 7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70여명의 페스트지기들이 축제 홍보부터 진행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공공기관의 예산 지원없이 순수 민간 주최로 겁없이 시작한 축제가 10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간울림이 25년 동안 계속해온 하우스콘서트가 있다. 공간울림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거의 매주일 목요일마다 하우스콘서트를 열어왔다. 2007년에는 대구시로부터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기도 했다.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할 만한 콘텐츠와 기획력’을 인정받아 예술전용공간으로 선정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기초예술이야말로 인류의 삶과 문화를 살리는 근간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은 침체기이지만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예술가는 저항과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면 저는 음악전공자로서 기초예술의 회귀를 믿으며 자유를 선택했고 그러니, 그것이 좁은 길임은 당연한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길을 함께 걸어주는 길동무들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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