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대구 경제 회복의 갈림길
<팔공시론>대구 경제 회복의 갈림길
  • 승인 2010.01.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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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오랜만에 대구 경북에서도 경제 회복의 기미를 찾아볼 수 있다. 지역의 혁신도시로 이전할 대상으로 결정되어있던 중앙의 공공기관들이 속속 이전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주요 사업들 중 올해 들어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는 사업도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그 하나이다.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서 그 미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행정부서 이전을 없었던 일로 해주는 대신에 국무총리가 나서서 대학과 연구소를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권유하고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지방의 혁신도시들을 대상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던 국내 해외 기업들에게 세종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아래 서울의 공공기관의 이전과 국내외 기업 유치에 매진하고 있던 지방 자치단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미 이전 계획을 표명하고 있던 기업체들도 세종시의 조건을 두고 생각해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국책연구소나 공공기관들도 이전을 서두르지 않게 되었다. 저렴한 토지와 주변의 도로 교통 및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세종시에 투자하는 것이 결코 손해 볼 일이 아닌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목소리 높여 세종시 문제를 이슈로 만들고 있지만 결국 충청지역에 대한 개발과 투자로 마무리 될 것이다. 정치권이 사분오열되어 세종시 이전 문제를 두고 싸우고 있지만 원안을 지키자는 편이나 수정안을 통과시키자고 하는 편이나 명분 싸움에 그칠 것이다. 정부 행정기구들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고 충청권은 범수도권의 확장으로 경제 개발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문제는 대구 경북이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지역으로 대구 경북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 경북의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나 특성화 사업이 대부분 세종시와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던 기업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북 오송과 경쟁하기에도 힘겨운 대구로서는 세종시의 등장으로 더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을 때 그것이 낙후한 대구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원래 계획과 달리 충북 오송과 복수로 선정되면서 불만이었다. 심사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서도 복수로 선정됨에 따라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 규모를 늘려서 원래 취지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두 도시간의 경쟁과 협조라는 묘수도 찾아야 했다.

지난 27일 정부는 향후 30년간 8조 6천 억 원을 투자한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계획을 확정 발표하였다. 대구 신서지구에는 합성 신약과 IT기반 첨단 의료기기 업체로 충북의 오송지구에는 바이오 신약과 BT기반 첨단 의료기기 업체로 특성화한다는 것이다. 두 지역의 중복 투자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사업 방향을 분명하게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 사업을 지역적으로 분할한 것이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의 우려는 쉽게 지울 수 없다. 알맹이가 없는 특성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해외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조차도 대구보다는 충청권으로 투자처를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그 중심에 삼성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5천억 원이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삼성은 지금까지 대구와 세종시를 두고 투자처를 저울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오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송은 서울에서 가까운 충청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인 대전이 배후도시이고 정부가 개발을 보장하고 있는 세종시의 바이오 관련 연구소 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은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만일 오송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동안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온 대구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하지만 대구가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라면 더 충격이다. 그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 경제 회복의 갈림길이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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