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대구미술관 조선회화·김환기전 보러 왔어요”
“서울서 대구미술관 조선회화·김환기전 보러 왔어요”
  • 황인옥
  • 승인 2018.07.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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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회화 명품·김환기전

김정희·김홍도·신사임당·신윤복…

간송의 500년 세월 담은 명품 100점

김환기 붉은색 점화 일반에 최초 공개

일일 최대 3천547명…한달 7만6천명

쿠사마 야요이 잇는 최대 흥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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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회화 명품전’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앞에서 한 남자가 일행을 향해 소곤거렸다.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다면 한국에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있다”고. 지난 22일 주말을 이용해 전시장을 찾은 상기된 얼굴을 한 김정호(42)씨가 “미인도의 여인은 단아한 기품이 있으면서도 고혹적”이라며 한마디를 더했다. 대구미술관 1층에 마련된 ‘조선회화 명품’전에 걸린 혜원의 ‘미인도’는 삼단같이 땋아 올린 머리에 앳된 얼굴을 한 여인이 쪽빛 옷고름 밑 노리개를 수줍게 매만지고 있는 작품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는 하은혜(29)씨도 김환기 작품 ‘듀엣’ 앞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듀엣’은 1970년대 전면점화 중 수작에 속하며 1974년 4월 작가가 생을 마감하기 3개월 전 완성한 작품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단색화를 세계에 알리며 한국회화의 저력을 보여준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이렇게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전시는 드문데, 이런 전시를 만나서 행운”이라고 했다.

대프리카 대구가 조선 회화와 한국 단색화에 홀리고 있다. 개관 80주년을 맞은 간송미술관이 2021년 대구분원 건립을 앞두고 대구미술관에 마련한 ‘조선회화 명품’전과 한국 단색화의 거장 ‘김환기’전이 전국에서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김환기’전과 ‘조선회화 명품전’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21일까지 7만6천여명, 일평균 1천419명, 1일 최대 관람객 3천547명을 불러모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전시 기간 중 대구미술관 일평균 관람객 수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초·중·고 방학기간 동안에 더 많은 관람객이 다녀갈 것을 예상하면 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에 진행한 ‘쿠사마 야요이’전을 이을 흥행전시로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전은 33만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대구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흥행 전시로 기록됐다.

조선회화전과 김환기전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지금까지의 전시들과 대구미술관 전시가 다른 점은 규모와 작품의 질에서 비교불가라는 것이다. 조선회화 명품전에는 김정희, 김홍도, 신사임당, 신윤복, 심사정, 안견, 이징, 장승업, 정선, 흥선대원군 등 거장의 국보급 조선회화 100여점을 걸었다.

간송미술관 오세현 연구사는 “조선 회화만으로 이처럼 대규모로 전시를 꾸린 것은 처음”이라며 대구미술관 전시의 의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에 국권 회복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대구의 정신과 일제 식민 통치 아래 말살되어 가는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 민족 문화의 결정체인 미술품의 일본 유출을 막고자 미술품을 수집해 오신 간송 선생님의 정신이 이번 전시에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미술관 ‘조선 회화명품’전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취향 저격이었다. 다양한 계층이 전지장을 찾아 조선회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전시장을 찾은 중학교 3학년 양서연양은 “조선회화를 보니 즐겁다”며 함께 온 친구들과 까르르 웃었다. ‘옛 그림이라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교과서에서 본 작품들이라 익숙하다”며 “원화를 미술관에서 보게 되니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한국 최고 경매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단색화가 김환기전에는 일본 동경 시대, 서울 시대, 파리 시대와 서울시대로 구분해 출품한 그의 수작 103점과 영상·사진·관련서적 등 아카이브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에 최초로 공개하는 김환기의 붉은색 점화(點畵) ‘1-Ⅶ-71 #207’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지선(32)씨는 두 전시 모두에 열광했다. 명품 전시를 동시에 감상 할 수 있어 서울에서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두 전시를 대규모로 만나기는 서울에서도 어려워요. 먼길을 왔지만 전시가 너무나 만족스러워 행복해요.”

최고의 전시인만큼 전시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관람 팁을 오세현 연구사에게 물었더니 시기별로 비교 감상할 것을 권장했다. “조선 회화를 통해 조선 500년 역사의 변화를 느껴보고, 시기마다 각기 다른 회화의 특징을 비교하며 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그림을 시대별로 감상하다보면 일제강점기 시기 식민사학이 조선의 고고한 정신과 아름다운 문화를 얼마나 폄하했는지를 알게 되고, 조선의 가치를 새삼 확인하게 될 거에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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