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 자제해야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 자제해야
  • 승인 2018.07.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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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스포츠의 승패는 ‘양날의 칼’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 각종 국제대회 결과에 따른 찬사와 비난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 15일 프랑스의 통산 2번째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선수들도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심한 질책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독일을 2-0으로 물리치는 ‘언더 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웨덴과의 1차전 0-1 패배, 멕시코와 2차전 1-2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채 1승 2패, 조 3위로 밀려나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5개국이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16강에 유일하게 오른 일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국가들은 전원 조별리그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유럽과 남미로 양분된 세계 축구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축구변방인 아시아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처럼 아시아축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A매치(국가대항전)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16강 진출을 이루기를 간절하게 소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 국민들에게 4강 신화라는 큰 선물을 안긴 탓에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점점 더 커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손흥민을 비롯해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이승우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이 국민들의 염원을 이뤄주기를 기대했다.

이런 과도한 기대 탓에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잇따라 패하자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국가대표 박탈까지 요구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는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한 선수들에 대한 사실상 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멕시코전에서 태클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준 선수에게 ‘국외추방·사형을 원한다.’는 극단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인격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배설물 같은 댓글에 너무 관대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던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 때 인천공항에서 팬들이 던진 엿, 사탕 세례를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 운동선수들 대부분은 종목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국가대표를 꿈꾼다. 이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에는 사명감을 갖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해야하는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매번 세계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노력을 게을리 해서 실패할 때는 비난을 받아야 겠지만, 최선을 다하고도 누구나 인지하고도 남을 수준의 차를 극복하지 못했을 경우 역시 비난을 받기 일쑤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아쉽다.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는 성원과 박수를, 그리고 실수를 한 선수에게는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성숙된 관전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달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45개 나라에서 1만1천300명의 선수가 참가해 40개 종목, 465개 세부 경기에서 오는 9월 2일까지 17일간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메달경쟁을 펼친다. 우리나라도 39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960명이 출전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치열한 순위다툼이 예상된다. 걱정이 앞선다. 한·일전 결과에 민감한 국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긍심을 갖고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결과에 관계없이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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