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은 태국의 담벼락 풍경… 맥향화랑, 사진작가 김지훈전
렌즈에 담은 태국의 담벼락 풍경… 맥향화랑, 사진작가 김지훈전
  • 황인옥
  • 승인 2018.07.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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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백금인화 방식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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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지훈 초대전이 맥향화랑에서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의 분위기는 제각각. 그러나 피사체의 8할에서 공통분모가 찾아졌다. 그리하여 첫 질문을 던졌다. “담벼락을 주로 찍었네요”. 사진작가 김지훈이 “어 그런가요?”라며 화들짝 놀랐다. 의식하지 않은 결과임을 직감했다. 담벼락은 집과 바깥의 경계지점. 인물로 치면 뒷모습이다. 때로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정직할 수 있다. 유독 작가의 감성 레이더망 작동이 담벼락에서 분주해진 것은 그런 맥락과 닿아있지 않을까 짐작만 했다.

“담장이 제게는 감성을 자극하는 매개가 되나 봐요.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웃음)”

대봉동에서 침산동으로 이전한 맥향화랑 재개관전에 사진작가 김지훈이 초대됐다. 전시에는 흑백 사진 6점과 칼라 사진 4점이 걸렸다. 작품은 모두 최근 2년간 태국에서 찍은 사진들. 나른하거나 질펀하거나 담백하거나, 건조하거나. 스쳐 지나면 특별할 것 없는 담벼락 풍경에 작가의 감성들이 실오라기처럼 부풀어 올랐다.

“제 작업은 저의 감성 일기라고 보면 됩니다. 그날 그 장소에서 느낀 저의 감성이 카메라에 투영되죠.”

태국과의 인연은 이상했다. 순간순간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발길이 태국으로 향했다. 첫 방문은 대학 1학년 때. 수동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태국으로 떠났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한 학기를 다닌 후에 사진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어요. 내면과의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죠.”

두 번째 방문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였다. 뉴욕의 예술·디자인 대학인 SVA(School of VisualArts)에서 유학생활을 했지만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졌고,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아줄 이유를 찾아야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사진을 하는지’를 알아야 했어요. 물론 작업을 하는 순간은 그 이유를 알지만 끝나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가듯 잊어버리기 일쑤였죠.”

전시작들은 총 7개월에 걸쳐 찍었다. 번화가보다 변두리가 주 촬영지였다. 태국과 국내를 오갔지만 한 번 가면 체류기간을 길게 했다. 여행자의 들뜬 감성을 내밀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대체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론이었다.

“조금만 변두리로 가도 우리나라 70~80년대 분위기였어요. 낙후됐죠. 날씨나 환경이 모두 불편했죠. 그 육체적·감정적인 불편함이 제게는 일종의 시그널처럼 느껴졌어요.”

주된 대상은 담벼락이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주택이다. 담벼락이나 주택을 중심으로 사물이나 나무를 적절히 배치한다. 배치가 끝나면 선과 면, 빛과 그림자를 간결하거나 복잡하게, 그러나 느낌 있게 조율한다. 그리고 셔터를 누르면서 초점을 흐트린다. 일종의 트릭(trick) 개념이다. “희미하거나 추상적으로 대상을 처리해요. 관람객이 사진에 투영했던 제 감성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죠.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이 좋으니까요.”

찍지 않고 그렸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사진이 회화적이다. 회화를 좋아하는 작가의 선호와 무관치 않다. 다분히 의도적인 회화성은 독특한 작업방식의 결과다. 그는 수동과 디지털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동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디지털 방식으로 인화한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인화방식이 독특하다. 20세기 초반인 1차 세계대전 이전 방식인 백금인화 방식을 적용한다. 일반 흑백사진은 공장에서 코팅된 인화지와 현상액을 사용하지만 백금인화는 백금성분을 발라 태양 아래 자외선이나 UV램프에 반응시켜 인화한다. “백금으로 인화하면 좀 더 거칠고 투박하지만 더 깊이 있는 표현을 얻을 수 있다. 그 매력에 끌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감성과 논리의 균형맞추기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그는 대상에는 감성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작업방식에서 통제와 예측이라는 논리적인 요소를 추가한다.

“저는 사진을 찍을때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잖아요? 다분히 감성적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논리적인 것을 어떻게 개입시킬까 고민했죠. 그 결과가 작업방식이었죠.” 전시는 10일까지. 053-421-2005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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