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말(word)이 살찌는 계절
가을은 말(word)이 살찌는 계절
  • 승인 2018.08.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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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었다.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한낮의 기온은 30℃가 넘는 불볕더위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조금만 더 참아내면 곧 가을이 온다. 가을이 이렇게 기다려지긴 또 처음인 거 같다.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한다. 즉,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란 뜻이다. 가을이란 계절이 말(horse)도 살찌게 하지만 우리들의 말(word)도 살찌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식당에서 한 손님이 삼겹살을 주문했다. “어이~여기 삼겹살 3인분~” 주문이 있고 얼마 후 주문한 손님의 상에 종업원이 고기 6조각을 가져다주었다. 잠시 후 옆 테이블에서도 다른 손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문을 했다. “사장님~여기 삼겹살 3인분 주세요.” 그런데 이 손님의 상에는 종업원이 삼겹살 7조각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이걸 지켜본 먼저 주문한 손님이 종업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어이~~사람 차별합니까? 똑같이 삼겹살 3인분을 시켰는데 누구는 여섯 조각이고 누구는 왜 일곱 조각입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종업원이 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아~~고기 양이 다른 이유는 손님은 ‘어이~’한테 주문하시고 ‘어이~’가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3인분 6조각이 전달되었고 옆 테이블의 손님은 ‘사장님’께 주문하고 ‘사장님’이 가져다주는 것이어서 한 조각 더 서비스로 얹어서 7조각을 주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손님은 더 이상 종업원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고기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었지만 손님들이 종업원을 어떻게 불러주는가에 의해 그는 ‘어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사장’이 되기도 한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접시가 푸짐해지기도 한다.

말(word)이란 글자를 풀어보면 “마~알” 즉, “마음의 알맹이”가 된다고 한다. 누가 이런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참 멋진 표현인 것 같다. 마음의 알맹이. 말은 빈 쭉정이가 아니라 알맹이란 말이다. 그렇다. 말은 그 안에 생명을 담고 있다. 그래서 말을 하는 순간 말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밭에 심겨, 싹을 틔우고 가지를 펼쳐 심어놓은 말의 내용대로 열매를 맺게 된다. 즉, 심은 대로 거두게 되는 것이다. 나쁜 씨앗을 심으면 그 말을 들은 마음 밭의 주인이 아프고, 나아가 결국 그 말을 한 자신이 아프다. 착한 씨앗을 심으면 말을 듣는 그 사람이 살고, 말을 한 내가 살고, 온 세상이 살아난다.

우리가 남에게 말을 할 때 상대방이 모두 다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남들의 말을 그렇게 귀담아듣지 않는다. 모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에 말은 듣는 사람보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했을 때 누가 힘들었는지. 누군가에 대한 미움으로 험담을 할 때 처음에는 속이 조금 시원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말을 듣는 그 사람은 기분이 좀 나쁘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역전된다. 미움의 말로 인해 말을 했던 사람이 더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듣는 사람들은 말을 흘려듣기도 하고, 또 전달하고자 했던 말이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하지만 말을 한 사람의 귀와 몸에는 그대로 저장이 된다. 그래서 나쁜 말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우리가 나쁜 말보다 착한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함이다. 말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는 마치 귀로 말을 먹고사는 식물과도 같다.

아름다운 가을이 오면 ‘삐죽삐죽 날카로운 말’이 아닌 ‘통통하게 살이 찐 말랑말랑한 말’을 많이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을 전하는 말,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말, 용서하는 말이 더 많이 우리 삶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제 곧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우리들의 말(word)도 살찌는 착한 계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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