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대한민국은 장하성 정책 실험실이 아니다
[윤덕우 칼럼] 대한민국은 장하성 정책 실험실이 아니다
  • 승인 2018.08.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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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차라리 말 몇마리 사주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소득주도성장론을 두고 요즘 항간에 회자되는 말이다.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 사준 이야기는 다 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투입되는 예산규모에 비해 국민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참사와 소득분배 쇼크가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이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헛돈 그만 써라. 국민들 피같은 세금이다.” 성난민심을 대변하는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의 가계소득을 증가시킬수록 총수요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소득주도성장에 접근하는 정책적인 방법은 다양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보조금 지급,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5개월이 지났다.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도 이제 서서히 나라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나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정부 말처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과연 일자리는 늘어날지. 소득분배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부동산정책은 성공하고 있는지. 국민연금은 지속가능한지. 건강보험은 문제가 없는지. 남북관계는 정상적으로 가고 있는지. 혹여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가 베네주엘라나 그리스처럼 되지 않을지…. 나라 걱정이 꼬리를 문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야당은 ‘세금중독성장 정책’으로 비판하고 있다

국민들의 우려는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54조원을 투입했으나 지난 7월 일자리는 지난해 7월보다 고작 5천개가 늘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고용참사’라고 한다. 1백만명에게 5천400만원씩 줄 수 있는 엄청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고용참사 정부’라고 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에 22조원 가량 투입할 예정이다. 국민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은 완전 고용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실업률 3%이하로 지난해 초부터 경기호황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고 고용의 질도 좋아지고 있으며 비정규직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고용지표는 최근 5년간 꾸준한 호조세를 보이면서 취업 희망자 100명당 159개의 일자리가 있을 만큼 노동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자 공무원들에게 투잡을 권유할 정도다. 부럽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들어 유난히 신경쓰는 부문이 소득분배다. 각종 소득분배용 세금퍼붓기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결과는 참담하다. 소득양극화 해소 대신에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다. 올 2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지난해 4.73배에서 0.5나 높아져 5.23배를 기록했다. 소득5분위 배율은 5분위계층(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1분위계층(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국민소득의 분배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소득분배지표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통계청이 올해 2분기 가계동향 분석 결과, 실질소득이 하위 소득계층 60%는 줄고 상위소득 40%는 늘었다. 특히 최하위 20%가구 실질소득은 월 12만6천원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걱정된다. 장기 실업자는 늘어나고 설비투자는 넉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도 등 경제심리도 악화일로다. 반면에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다. 부동산 안정화 대책도 불안하다. 서울지역과 일부 대도시에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과열양상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소식에 20~30대 젊은이들은 불안하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그래도 “우리 경제는 튼튼하고 굳건합니다”라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한목소리로 ‘소득주도 성장론’ 경제정책이 올바른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26일 춘추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문대통령은 황수경 통계청장을 13개월만에 전격 경질했다. 정권에 불리한 자료를 생산한 탓인가. 새로 교체된 강신욱 통계청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효과가 90%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벌써부터 국민들은 새로 발표될 통계청 자료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장을 교체하면 고용 참사가 해결되고 소득분배가 개선될까. 대한민국은 장하성 정책 실험실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은 온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특히 서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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