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설산·빙하호수…아름다움의 끝을 보고 싶다면…
눈부신 설산·빙하호수…아름다움의 끝을 보고 싶다면…
  • 박윤수
  • 승인 2018.08.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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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 타슈쿠르간
중국-파키스탄 사이 국경도시
시내서 버스로 2시간여 달리면
무스타가타 산·콩쿠르 산 사이
운석 떨어져 생긴 ‘카라쿨 호수’
7~8월 특히 관광객 많이 찾아
방문 당시 관광지로 개발 진행
조금 더 가면 나타나는 ‘백사호’
자작나무·하얀 모래산 볼 수 있어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 <6> 타슈쿠르간

쿤자랍고개의 파키스탄 지역에서는 자유로운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만, 일단 중국으로 넘어오면 어떠한 사진 촬영도 안 된다. 국경을 넘어 십여 분쯤, 도로를 가로막은 큰 건물이 나타난다. 파키스탄을 가장 먼저 출발한 우리 버스는 건물 입구에 정차해 하염없이 기다린다. 차에서 내릴 수도 없고 좁은 15인승 승합차 안에 열세 명이 숨까지 죽인 채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대기한다. 삼십 분쯤 지났을까, 셔터 문이 열리더니 차량을 건물 내로 들어오게 한다. 군인들이 분주히 오가며 뭔가 이야기를 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지 십여 분이 지나, 모두를 내리도록 하더니 각자의 짐을 가지고 내부에 있는 검색대로 들어가라고 한다. 대여섯 개의 검색용 테이블 위에 순서대로 가지고 온 짐을 풀어헤치게 한 후 하나하나 모든 물건을 조사한다. 심지어 카메라와 핸드폰 사진까지 조금이라도 중국 국경의 모습이 담겨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입국심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해발고도 4,600m에서 짐을 검색 아니, 수색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 출발한 곳이 해발 2,800m 소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서너 시간 동안 이러한 고도에 잡아두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파미르고원
파미르고원을 달리는 자동차.

중국으로 오는 이들의 짐을 샅샅이 전수 조사하는 까닭은 될 수 있으면 입국을 제한하려는 듯 보인다. 짐을 조사하고 난 후에도 일행들을 한곳에 대기 시킨다. 두 시간 이상을 검색과 대기 상태, 긴장감이 겹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화장실 가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고, 경비병에게 사정하여 남자 한번, 여자 한번 인솔에 따라 다녀 왔다.

우리 일행의 검색이 끝나고 대기 하다가 승차 지시가 떨어져 차를 탔다. 일행은 주눅이 들었는지 숨죽여 소곤소곤 얘기한다. 승차해서도 한 시간을 또 기다린다. 다른 버스의 검색이 끝난 뒤, 경비병이 승차하더니 드디어 출발하자고 한다. 건물을 빠져나온 버스는 황무지를 달려 타슈쿠르간으로 끝이 없을 것 같은 내리막길을 달린다. 파키스탄에서는 차량이 좌측통행이었는데 국경을 넘어서자 우측통행으로 바뀐다. 저 멀리 타슈쿠르간이 보인다. 이제 다 왔나 보다. 국경 통과에만 여섯 시간 이상이 걸렸다.

입국심사 하는 곳에 도착했으나, 경비병만 내려 사라지고 또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입국 심사하는 사람이 없어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입국심사장 입구 계단 밑에 줄을 서서 짐을 내려놓고 기다렸다. 해는 벌써 산마루에 걸쳐 석양이 지고 있었다. 고지대라서 그런지 바람이 차다. 옷깃을 여며도 한기가 파고든다. 마약, 위험물 탐지견이 가방을 일일이 체크 하고 난 후 비로소 가방을 들고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관리자는 여행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고, 위압적인 행동과 손짓 그리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누구 하나 이의를 달 수 없으며 순한 양처럼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오십여 개국을 오가며 출입국심사를 받아 보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도저히 자기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없었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전쟁포로 수용소 입구의 상황 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파키스탄 시각으로 9시 반쯤 국경을 출발, 쿤자랍고개를 너머 이곳에 도착하니 중국시각으로 19시다. 중국은 북경시각을 단일 표준시로 쓰고 있어 파키스탄과 3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약 열세시간이 걸린 것이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타슈쿠르간 시내로 들어섰다. 해는 져서 어두운 입국장 주차장은 을씨년스럽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숙소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연경맥주도 한잔했다. 이곳에도 중국인 식당에는 주류를 팔지만 위구르인 식당에는 일체의 술이 없다고 한다. 내일 아침 식사를 예약하려고 몇시에 문을 여느냐고 물어보니 아침 열 시가 넘어야 한단다. 우리 일정 때문에 예약을 포기하고 나왔다.

아침이 늦어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봐 나왔는데 우리가 깜박한 게 있었다. 중국의 서쪽 변방인 이곳은 북경 표준시가 아니라 현지의 태양 시각에 맞춰 생활하고 있었다. 북경은 9시가 출근 시간이라면 이곳은 열두 시가 되어야 업무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종착점인 카쉬가르로 향했다.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역마다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먼저 타슈쿠르간을 떠나기 위해 터미널로 가서 일일이 여권을 기록하고 통행세를 내야 했다.

타슈쿠르간을 떠난 버스는 4,800m 파미르고원지대를 달린다. 하늘과 맞닿아있는 산들이 이어진다. 파키스탄에서 쿤자랍고개로 올라오면서는 거칠고 웅장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고산준령들을 보았는데, 고개 넘어 파미르고원지대는 끝없는 평원과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언덕들과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여성스러운 산들의 모습이다.
 

카라쿨호수
빙하가 녹은 물이 고인 카라쿨호수는 수면이 해발 3천914m에 이른다.

 

타슈쿠르간은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한가운데 위치한 중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도시이다. 해발 3천~3천500m에 위치해 가벼운 고산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고대부터 인도대륙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요 관문이었다. 예전에는 카쉬가르~타슈쿠르간을 거쳐 파키스탄의 소스트~훈자로 이동하는 여행자들의 경유지였지만, 최근에는 타슈쿠르간의 아름다운 풍경이 알려지면서 카쉬가르를 기점으로 타슈쿠르간 일대만 둘러보는 여행자들도 있다.

타슈쿠르간 최고의 볼거리는 해발7천546m의 고봉 무스타가타(Mustag Ata)와 7천719m의 콩구르(Kongur)산을 끼고 있는 산정호수 카라쿨 호수(Karakul Lake)다. 운석이 떨어져서 생겼다는 이 호수는 면적 364㎢, 최대 깊이 236m, 수면 해발고도 3천914m이다. 빙하가 녹아 고인 호숫물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고 자연증발로 인해 염분이 농축돼 있다. 타스쿠르간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호수 주위가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었다. 특히 7~8월경에는 설산과 초원, 그리고 하늘보다 더 맑은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싶은 여행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정상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무스타가타는 파미르 고원 최고봉으로 중국·인도를 연결하는 페르시안 실크로드를 굽어보고 있다. 무스타그는 ‘얼음산’, 아타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백사호
하얀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산을 앞에 둔 백사호의 환상적인 풍광.

카라쿨호수를 지나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백사호에 다다랐다. 백사호(白沙湖)는 서유기에 나온다는 백사산에 면한 사막에 둘러싸인, 길이 800m, 폭 600m의 호수다. 호수 주변에는 백색 자작나무숲과 사시나무숲, 갈대 등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그 속에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하얀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산을 앞에 두고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카라코람하이웨이는 몰려드는 황사로 인해 하늘빛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길옆으로 붉은 옷을 입은 듯한 산도 나타나고, 광물질에 의해 화려한 채색이 된 것처럼 조이는 산들도 있다.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우리는 타슈쿠르간에서 미리 사 둔 만두와 음료수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카쉬가르까지는 식당이 없다. 간혹 검문소 인근에 상가들이 있지만 먹을 만한 것이 없다. 타슈쿠르간에서 카쉬가르까지는 제한속도가 60km다. 텅 비다시피한, 잘 뻗어 있는 도로를 우직하게도 50~60km 속도를 유지한다. 조수석에 앉은 내가 몇 번을 채근하며 60km 속도를 요구해 보지만 위구르 운전기사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규정 속도 이하로 달린다. 몇몇 차들은 쌩하며 우리 차를 추월하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옆에 앉아 있는 내가 제풀에 나가떨어져 포기하고 말았다.
 

위구르마을도로
모래바람을 막기위해 도로변에 심은 키 큰 포플러 나무.

타슈쿠르간을 떠난 지 서너 시간이 지날 즈음 위구르 마을들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흙먼지가 날려 시야를 가린다. 마을 곳곳에 먼지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고, 가꾸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워낙 넓은 면적에서 발생 되는 먼지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는 듯하다. 포플러나무를 십여 미터 높이로 가꾸고 도로 곳곳에 나무를 심어놓았지만, 모래바람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오후 늦은 시간 카라코람하이웨이의 시발점이자 종착지이기도 한 카쉬가르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중국 공안들의 검문소를 서너 군데 통과했다. 위구르인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철저히 신분을 확인한 후에 통행을 시킨다. 모든 사람은 검문소에 차를 주차한 뒤 검색대를 통과하고 신분증을 검사한 후에 통과시킨다. 참 대단한 중국이다. 사람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카쉬가르 도심에서 본 장면들, 즉 30초 간격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공안버스가 지나가고, 곳곳을 막고 지나다니는 위구르인들을 수시로 검색하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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