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다가
어찌어찌하다가
  • 승인 2018.09.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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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어찌어찌하다가 형 동생으로 알게 된 10년지기 아우가 있다. 그는 아주 어릴적 대구로 와서 맨 밑바닥 일부터 배우며 삶을 지탱해왔다. 그 자신은 일자무식을 겨우 면할 정도로 못배웠다. 하지만 대구라는 도시에 정착해 이젠 스물다섯 아들을 비롯해 세자녀를 둔 어엿한 가장이고, 대구에서 살아온 날이 그가 태어난 고향에서 자라온 날보다 갑절 이상은 된다.

그는 이 일 저 일들을 해오다 한 20여년 전부터 가구를 짜는 일로 직업을 삼았다. 남의 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온 몸으로 억측스레 기술을 쌓아 결국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고, 자그마하고 비록 종업원 하나 없는 가게지만 이젠 사장님이 되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거쳐온 탓에 뒤쳐지지않게 살려고 억측스레 일했다. 그래서 가구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은 늘 끊임없이 들어왔고, 토요일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혹은 야간 작업까지 해가며 먼지투성이 가구 제작장에서 온통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었다. 기계톱을 돌리며 나사못을 조이며 담배 한 대 피울 새 없이 뽀오얀 나무먼지 속에서 조수 한 명 없이 억측스레 일하던 그가 멀거니 앉아 소줏잔만 기울이는 시간이 늘었다.

“미치겠다”고 한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감이 끊겼다는 거였다. 가구 제작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니 할 일이 없다는 거였다. 추석이 코 앞인데…

철자법도 제대로 못맞춰 문자를 겨우 짐작해 알아볼 만치 띄엄띄엄 거리며 보낼 정도로 가방끈이 짧은 그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성토하고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을 나무란다. 경제관련 청와대 정책보좌관들과 경제부총리 같은 관리들의 이름을 줄줄 외워댄다. 드문드문 전문가라야 겨우 알 수 있을만한 학계의 인물들 이름도 들었다놨다 한다. 통계청장이 뭘 잘못했는지 갈아치우더니, 최저임금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 치는 소상공인연합회 높은 사람을 불러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으면서 입을 막고 있다고 벌개진 눈빛으로 소리를 높인다. 최저임금인지 뭔지 소득주도정책때문에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재투자도 않는단다. 창업하길 겁내니 작은 가게에 필요한 진열장이나 매대, 락커(Locker) 같은 가구를 짤 리가 없고, 그래서 일감이 없다는 거였다. 자기가 알고있는 많은 고객들은 모두가 제대로 가게를 지탱하고 싶고, 예비 창업자들 역시 뭐라도 시작해보고 싶은데 자금 융통이 쉽지 않아 수를 못낸다는 거였다. 사업자금을 빌려보려 해도 은행에서 돈줄을 죄어 대출이 힘드니 지레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건설경기가 착 가라앉아 새로 짓는 가게 건물도 잘 없다보니 새가게에 필요한 인테리어 장을 주문하는 경우도 씨가 마르고 있다는게 그의 술안주 주절거림이 됐다. “뭐가 돌아가야 이래저래 주문이 들어오는데, (원활한 경제활동이)안 돌아가니 (주문이) 딱 끊겼다” 며 그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쉰다.

문고리삼인방인지 뭔지에 둘러싸여 앉은뱅이 용쓰듯 맥못추고 지워져버린 잘났던 지난 정권도 미웠지만 가난한 사람과 서민들을 보살피겠다면서, 자기같은 서민들이 입에 풀칠하는 것까지 융통성 없이 틀어막아 놓은 지금은 참 아프다고 미간을 찌푸린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15조5천억원에 달하는 특별대출과 보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그런 자금은 그냥 그림의 떡이다.

추석이 사나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요즘 대구의 유통가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소식이다. 사전예약 이용률과 온라인 소비가 는 탓도 있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돼 그렇다는 것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25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작년 추석에도 힘들었지만 올 추석을 앞두고 지역경기가 힘들었던 작년보다 더 힘듭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 추석때보다 체감경기도 실제 자금사정도 다 나빠졌다는 것이다. 공장 근로자와 식당 아줌마, 많은 자영업자들은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시장에 맡기지 않는 부동산 정책 같은 ‘모순적인 제도’들로 인해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날 지경이다. 이게, 그런데 이게 과연 포용국가의 현실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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