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을 잘못 이해한 신문기사
법원 판결을 잘못 이해한 신문기사
  • 승인 2018.09.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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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2018. 9. 13.자로 ‘대법원 성관계 동영상 재촬영해 보내도 처벌 못해 논란’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여러 신문에 보도되었다. 대부분의 신문기사들이 위 제목과 유사하게 보도하였지만 명백히 잘못된 기사이다.

먼저 사건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면 서로 사귀던 중 결별 요구에 불만을 품고 과거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모니터에 재생시키고 그 화면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 타인의 휴대전화로 전송하였고, 이에 대하여 1, 2심은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선고를 하였으나 대법원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고 그 장면이 나오는 컴퓨터 화면 영상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하였다.

위 판결의 내용은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할 경우는 무죄다’라는 내용이지 ‘타인의 성관계가 나오는 화면을 다시 촬영하여 이를 배포하는 행위 자체가 무죄다’라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즉, 위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내용 및 행위는 타인의 명예 등을 훼손한 것이 명백하므로 명예훼손죄 또는 명예훼손 관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타인의 성관계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여 이를 전송하게 되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되지 않지만 명예훼손 등을 처벌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문기사는 ‘처벌할 수 없다’의 취지로 보도하여 앞으로 이 신문기사를 읽은 사람들 중 일부는 ‘내가 다른 사람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여 휴대폰으로 전송하거나 타인에게 보여 주어도 처벌이 되지 않구나’라고 오해하여 잘못된 행동으로 나갈 수 있어 결국 신문기사가 잠재적 범죄인에게 범죄 실행을 부축인 꼴이 되었다.

한편 위 신문기사에는 단순히 ‘신체의 직접 촬영’과 ‘신체를 촬영한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는 것’은 다른 것이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내용만 보도하고 대법원이 왜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지는 분석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시민들에게 ‘대법원은 사회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최근 대법원 사태에 더하여 꼴통들이 재판을 한다, 동떨어진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다’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고, 심지어 ‘주먹으로 때리면 폭행이지만 장갑을 끼고 때리면 폭행이 아닌가, 한심하다’는 댓글까지 달리게 만들었다.

대법원이 고민 끝에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죄형법정주의, 문리해석의 한계’에 따른 것이다. 즉, 법은 국회가 만들고, 대법원은 법에 따라 재판을 하고, 행정청은 법에 따라 집행을 하는 것이다. 국회가 만든 법에서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이라고 너무 명백히 기재되어 있어 ‘타인의 신체가 나오는 화면을 촬영한 영상물’은 위 법의 해석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위 조항을 ‘신체가 나오는 화면까지 촬영한 것을 포함 한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법을 만드는 행위이고 이는 국회이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 되어 고민 끝에 결국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법에서는 ‘가’라고 되어 있지만 ‘가-1’도 비슷하게 나쁜 행위이니 비록 법에는 없지만 같이 처벌 하겠다”라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최근 해당 조항에 대하여 ‘재 촬영물’도 처벌 되는 것으로 법률 개정 작업이 이루어진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련 신문기사들은 다른 법률로 처벌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보도하였고 또 위와 같은 판결을 한 대법원의 고민과 어려움을 조금도 언급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기사를 믿고 처벌 되지 않는다고 잘못 생각하여 동영상 화면을 재촬영하여 유포하였다가 처벌된 사람은 억울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이므로 억울할 것 하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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