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가해 학생 부모의 자세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가해 학생 부모의 자세
  • 승인 2018.10.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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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학교폭력은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주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으니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교사의 전화를 받으면 엄마는 그야말로 온 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 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아이가 가해자가 되어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리면 피해학생과 피해학생 부모에게 나는 자식을 잘못 키운 중죄인이 된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구나’라는 죄책감에 그간의 자식을 위한 모든 노력은 물거품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착한 내 아이가 다른 아이의 나쁜 행동에 휘말려 같이 처벌받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솟구치기도 한다. 아이가 나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엄습한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학폭위에서 엉엉 울었다는 엄마도 여럿 만났다.

2010년 학교 내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사건 등이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을 강화했다.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최저 ‘피해자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최고 ‘퇴학’까지 모두 9개다. 가해 학생이 조치를 받으면 그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학교폭력기록은 전과기록을 뜻하는 ‘빨간 줄’로 불리기도 한다.

학폭위의 본래 취지는 ‘가해자의 행동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자’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현장을 들여다보면 학폭위 때문에 아이들의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추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징계에 불복해 학교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은 2014년 35건에서 2015년 57건, 2016년 7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상반기에만 54건에 달했다. 학교폭력 문제로 대법원 상고에 이른 사건도 2014~2016년 3년간 8건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학교폭력을 해결해주는 흥신소나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까지 생긴 실정이다.

학교현장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학교폭력. 만일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 아이의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방적으로 내 아이의 편에 서지 않는 자세다. 아이의 말과 교사의 얘기, 피해 학생의 얘기를 종합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전화를 한 가해학생 엄마들의 대부분이 이것을 가장 어려워했다. 엄마들은 자꾸 아이를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내 아이가 폭력사건의 가해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이 중요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우리아이가 가해자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도록 시키고 부모도 함께 사과한다. 많은 수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나의 고통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 ‘용서’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용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교육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

이후 아이의 이런 행동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도움을 청할지, 치료를 제공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은 필수다.

만약 아이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면, 이 상황을 잘 넘기도록 격려하고 이 일로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더불어 아이의 심리상태 평가 및 질병의 유무를 전문기관에서 점검받고, 필요할 경우 치료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여 성실히 수행하도록 지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에 부탁해서 Wee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이가 한 순간의 잘못으로 다른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한창 감정적 소용돌이 속에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이다. 부모가 내 아이편만 들면서 학교에서 고성을 지르고 행정소송까지 나아가면, 이것이야 말로 아이 인생에 씻을 수 없는 빨간 줄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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