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號, 시원한 '소나기 골잔치'
허정무號, 시원한 '소나기 골잔치'
  • 대구신문
  • 승인 2010.02.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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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4년 만에 A매치 득점포 가동…홍콩에 5-0 대승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들이 2010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지독한 골 가뭄을 해갈하는 기분 좋은 축포를 쏘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풀리그 1차전에서 김정우와 구자철, 이동국, 이승렬, 노병준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홍콩을 5-0으로 격파했다.

지난 2003년 원년 대회 정상에 올랐던 한국은 2008년 대회 우승에 이어 2회 연속 우승 목표를 향해 산뜻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홍콩을 상대로 12연승을 달리며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23승5무4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나갔다. 또 지난 1958년 2월22일 홍콩과 친선경기에서 1-3으로 진 이후 52년 동안 20경기 연속 무패(18승2무) 행진을 이어갔다.

이동국은 지난 2006년 2월15일 멕시코와 친선경기 이후 4년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해 지독한 A매치 골 침묵에서 벗어났다.

또 신예 스트라이커 이승렬과 베테랑 공격수 노병준도 득점 행렬에 가세하며 지난해 9월5일 호주와 평가전을 끝으로 골을 넣지 못했던 공격수들의 무득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한국인 히딩크'로 불리는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홍콩은 지난해 동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북한을 제치고 우승하는 매서운 실력을 보여줬으나 `천적' 한국의 벽에 막혀 5점차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10일 중국과 경기에 이어 14일에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대회 우승을 건 풀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과 이승렬을 투톱으로 세우고 좌우 날개에 오장은과 김보경을 배치했다. 선발 출격이 예상됐던 이근호는 근육통이 생겨 이승렬이 기회를 잡았고 `왼발 달인' 염기훈을 대신해 오장은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 중책을 맡았다.

중앙 미드필더는 베테랑 김정우와 청소년 대표 출신의 구자철이 호흡을 맞췄다. 4-4-2 전형의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박주호-조용형-이정수-오범석이 차례로 늘어섰고 골키퍼 장갑은 변함없이 이운재가 꼈다.

남아공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두고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리려는 마지막 `옥석 가리기'를 진행하는 한국이 박지성과 박주영 등 해외파들이 빠졌음에도 아시아의 강자임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한국은 오장은과 김보경의 활발한 측면 돌파와 김정우, 구자철의 빼어난 경기 조율로 초반부터 공격의 수위를 높여갔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오장은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포문을 연 한국은 전반 7분 구자철이 아크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그러나 공은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됐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보이며 골문을 두드리던 한국의 선제골은 `이등병' 김정우의 발끝에서 터져 나왔다.

전반 10분 구자철이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정수가 오른쪽 골라인 부근에서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려 주자 김정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딩으로 마무리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김정우의 A매치 4호골. 상무 소속인 김정우는 `거수 경례' 세리머니로 선제골을 수확한 기쁨을 만끽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전반 23분 구자철이 두 번째 골을 뽑았다. 구자철은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김보경이 공을 띄워 주자 홍콩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 가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나서 오른발 아웃사이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홍콩 수비수들이 허탈하게 득점 장면을 지켜봐야 했을 정도로 구자철의 움직임이 빛났다.

2-0으로 앞선 한국의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은 4년 가까이 A매치 득점포 침묵에 애를 태웠던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전반 28분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전진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 슈팅을 때렸으나 공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골대 불운'에 가슴을 쳤다.

하지만 이동국은 4분 후 얻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동국은 전반 32분 김보경이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크로스를 올린 뒤 김정우가 헤딩으로 빼주자 오른쪽 골대 앞에서 헤딩슛을 꽂아 골망을 출렁였다.

지난 2006년 2월15일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이후 1천453일 만에 맛본 골맛이었다.

이동국은 지난해 8월 2년여 만에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A매치 6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이었다.

A매치 통산 79경기 만에 수확한 23번째 득점이다. 지난해 9월5일 호주와 평가전 이후 5개월 동안 이어졌던 공격수 무득점 행진을 마감한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있는 희망을 살렸다.

한국은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전반 36분에는 신예 공격수 이승렬이 추가골을 뽑았다. 이승렬은 오장은과 2대 1 패스로 왼쪽 페널티지역을 통과하고 나서 오른발 슈팅으로 반대편 골문을 꿰뚫어 4-0을 만들었다. 이승렬로서는 A매치 3경기 출장 만에 뽑은 기분 좋은 데뷔골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오장은을 빼고 베테랑 노병준을 투입했다. 김보경이 왼쪽 날개로 자리를 옮기고 노병준이 이동국의 투톱 파트너로 나서는 한편 이승렬은 오른쪽 측면을 맡았다.

한국은 후반 경기 시작 1분 만에 구자철이 오른발로 강하게 찼으나 공은 골키퍼 장춘후이의 선방에 막혔다. 공격의 긴장감이 떨어진 한국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다소 맥빠진 경기를 이어갔다. 이동국은 후반 13분 박주호가 왼쪽에서 정교한 크로스를 올려주자 머리를 갖다댔으나 공이 오른쪽 골대를 벗어났다.

허 감독은 후반 17분 오범석을 빼고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기용했다. 지난해 11월14일 덴마크와 평가전 이후 4개월 만에 복귀한 곽태휘는 조용형과 중앙수비수 듀오를 이뤘고 이정수가 오른쪽 풀백을 책임졌던 오범석의 공백을 메웠다. 이동국도 72분을 뛰고 나서 후반 27분 김재성으로 교체돼 나왔다.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하던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2분 공격수 노병준이 대승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노병준은 김재성의 슈팅이 골키퍼 손을 맞고 나오자 골문을 달려들며 오른발로 밀어 넣어 5점차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편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도 한국은 이장미가 두 골을 사냥하고 전가을과 유영아가 한 골씩을 보태 대만에 4-0 완승, 첫 승리를 신고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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