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 승인 2018.10.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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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아이꿈터아동병원 진료부장
3년 전 국민과 의료계를 긴장시켰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이하 메르스)’이 다시 한국에 출현했다. 메르스는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30% 정도여서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감염병이다. 9월 초 국내에 1명의 확진환자가 생기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하지만 모두 긴장하고 있다.

2015년 한 조사에 따르면 메르스 유행이 절정에 있었던 5, 6월의 SNS(Social Network Services/Sites) 키워드가 ‘의심’, ‘무섭다’, ‘공포’, ‘걱정’, 그리고 ‘괴담’ 등으로 상위 15개 중 9개가 부정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처음 접하는 치사율 높은 병이기도 했지만, 발병 당시 초기 대응을 포함한 방역체계와 공공의료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병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결과 국민들 사이에선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떠돌았고, 급기야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과잉 공포의 심리가 확산되면서 SNS 키워드가 부정적인 말들로 채워졌던 것이다.

새로운 질병의 출현이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감염병에 대한 제대로 된 방역체계와 공공의료체계의 준비는 엄연히 국가의 몫이다. 2018년 현재 한국은 더 이상 한반도 안에 머물러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도 이미 세계화가 대세이다. 그래서 인지 타지역에서 생긴 신종 감염병은 한국을 비껴가지 않았다. 2003년 SARS(Severe Acute Respiratoy Syndrome),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형(H1N1)} 그리고 2015년 메르스가 좋은 예이다. 이런 의미에서 감염병 발생에 대한 더욱 철저한 준비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국가방역체계의 점검 및 정비이다. 그 일환으로 보건소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보건소는 지금까지 질병치료 위주의 행태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 및 감염병 대응 체계에 있어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보건소장은 전염병 발생 시 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민간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행정직 공무원 보다는 의사 출신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의대 신설이나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이 아닌 기존에 있는 공공의료원의 증설 및 재정비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료기관이 90% 이상을 차지한다(2013년 기준).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료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떠넘겨왔다. 그러나 민간병원의 경우 많은 투자비용이 들고, 평소엔 이용율이 낮아 수익성이 적은 다수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춘 특수 병동을 만들어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이렇다 보니 2015년 메르스 발생 시 음압격리 병실이 부족해 환자 치료가 힘들어지고, 어떤 경우엔 환자 발생으로 병원전체가 폐쇄되어 폐업할 정도로 경영이 힘들어진 병원이 많았다. 결국 이 부분은 국가가 나서서 반드시 해결해줘야 할 사안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상황을 수차례 경험했음에도 아직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대규모의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의료의 현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외양간엔 관심도 없고 엉뚱한 곳에 국민의 혈세를 쓰려하고 있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정부이다.

의료계의 시급한 사안은 이외에도 많다. 돈이 없어 치료 못하게 되는 재난적 의료구호상황(암을 포함한 중증질환 등) 지원, 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생기는 필수적 의료영역인 중증외상센터, 중환자실 및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지원,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왜곡된 의료환경을 조장하는 저수가 체계개선 등 챙겨야 할 사안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최근 정부는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라는 정책을 의료계 및 국민과의 충분한 상의도 없이 단행하고 있다. 그 과정으로 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병실 급여화 그리고 10월부터는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급여화를 시행하였다. 국민의 이빨과 잇몸(의료체계)이 썩어가고 있는데도 국민에게 사탕(보장성 강화)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진행되면 당장은 국민(검사 및 치료비 절감)과 의사(수입의 일시적 증가)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료수요 증가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검사 횟수를 제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원해도 검사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고(국민의 의료선택권 제한), 늘어난 재정적 부담을 의료계에 전가(의사들에게 원가이하로 받도록 강제함)할 것이 자명하다.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면 엄청난 세금을 국민에게 부담하게 할 것이다. 이 필연적 악순환을 의료계는 여러 차례 경험해왔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최근 의료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다수의 의사들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곧 다가올 의료계의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선심성 정책만을 내놓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영화 ‘곡성(2016년작)’의 대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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