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피해 학생 부모의 자세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피해 학생 부모의 자세
  • 승인 2018.10.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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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 아이 1등 공부법’ 저자
2017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를 어떻게 용서하고 성장시키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청각장애를 가진 여자주인공 ‘쇼코’는 남자주인공 ‘쇼야’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로 남겨진 채 헤어졌다가 오랜 시간 후 다시 만나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렇게만 얘기를 하면 쇼야가 아주 나쁜 아이 같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귀가 들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던 쇼코나 들리는 귀가 있어도 남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던 쇼야나 모두 안쓰러운 아이들일 뿐이다. 특히 쇼야는 쇼코를 괴롭혔다는 죄책감과 주변의 손가락질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심지어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기 전에 모두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는 아이들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기까지 아이들에게는 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쇼야와 마주한 쇼코는 그간 배운 수화로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목소리의 형태가 보여주는 치유의 과정은 순탄치 않다. 한 번 깨진 유리컵을 완벽하게 복원하기 힘든 것처럼 이들의 상처 난 마음도 한 번의 사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용기를 내어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이야기를 이렇듯 오래 한 것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아이들의 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자녀가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맞닥트리게 된다면 충격, 분노, 죄책감, 복수심 등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나라도 귀한 내 자식이 그간 폭력에 시달렸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가해자에게 지독한 처벌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이 문제를 아이가 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해자인 상대방 아이를 응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받은 내 자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심적 고통을 외면한 채 가해학생을 용서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 자녀보다 더 화를 내며 복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곤란하다. 내 자녀가 현재 느끼고 있는 심적 고통을 들여다보고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아이의 상처를 가장 잘 다독이는 방법일까?’를 고민해야만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에 집착하게 되면 아이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이 얘기가 학교폭력 가해자를 감싸는 것이라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시키는 것, 무엇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게 하는 것은 폭력 사건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가해학생에게 합당한 처벌이 가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도 100%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의 방법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결과(가해학생이 크게 반성, 진심 어린 사과 및 보상, 재발 방지 등)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처벌 수위는 강화해도 아이들의 폭력 사건은 매년 늘어가고, 가해학생 부모가 학폭위의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시키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가 어른들의 문제가 되면 피해아이는 재판과정을 통해 2차 피해를 입게 되고, 가해 학생 역시 자신의 행동을 곱씹으며 피해자로 바뀔 수 있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피해 아이의 부모라면 이 문제가 미성숙한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자.

학교폭력 피해 아이의 극복과 성장은 복수를 통해 단시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생긴 부정적인 경험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와 교사의 도움으로 천천히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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