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준비된 예비노인인가
우리는 얼마나 준비된 예비노인인가
  • 승인 2018.11.0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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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얼마 전 아들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패스트푸드점을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더니 직원이 저기서 주문하라며 손가락으로 입구 쪽을 가리켰다. 바로 키오스크였다.

키오스크라는 단어가 생소한 독자도 있을 것이라 정의를 덧붙이자면 키오스크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필자조차도 첫 이용은 힘들었다. 터치스크린이 터치가 잘 안 되기도 했고 주문내역도 중간 확인이 어려워 몇 번을 새로 했는지 모른다. 너무 세분화 된 메뉴는 패스트푸드 이용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필자에게도 복잡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성공했다. 필자가 들어오기 전부터 키오스크 앞에서 멍하게 서 계시는 어르신이 손자 햄버거를 사러오셨다며 새댁이 나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하시기도 했다. 사실 키오스크의 주문방식은 구매자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또한 어떠한 사과도 없다. 비단 패스트푸드점 뿐만이 아니다. 관공서를 가더라도 무인민원발급기가 있고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무작정 기다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공서까지 효율이라는 미명으로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40대가 되고 필자는 ‘늙음’에 대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체력적이나 경제적으로도 문제지만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정보의 흐름에 도태되는 것이다. 거창한 주식정보나 부동산정보가 아니라 매년 진화되어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고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네비게이션을 작동하는 ‘생존의 정보’를 말한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 슬프게도 지금 일어나는 많은 변화가 20~30대를 주축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젊은 계층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계층 모두를 소외시키는 이러한 변화가 과연 좋은 변화인가. 기술적 발전이 사회의 구성원을 도태시키는 것에 한 몫을 하고 있다면 분명 이것은 국가차원에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그 도태되는 구성원은 늘 취약 계층이다.

일례로 휴대전화가 없으면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없으면 일처리가 정말 힘들다. 자식들이 부모가 휴대전화개통에서 바가지를 쓸까봐 본인이 개통해서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매번 자식이 인증과 관련한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주어야 한다. 본인명의 휴대전화의 문자메세지 인증이 불가하면 아이핀인증을 대신하라고 하는데 아이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어르신이 대부분일 것이다. 화물차의 경우 수송 의뢰부터 납품 완료까지 스마트폰의 앱으로 하는데 화물차 운전자분들이 50대 이상이 많은데 매번 자녀들이 도와주는데 그조차도 힘든 때도 많다고 호소하는 것을 들었다. 저소득층 지원도 앱으로 신청하라는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알더라도 앱을 깔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본인이 직접 통화중일 경우에도 문자 메세지로 재인증을 하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난알림조차도 휴대전화로 통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무조건 대기업의 수익구조에 끼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휴대전화의 필요도가 거의 주민번호 수준이다. 뭐라도 하나 살 때 할인이라도 받으려면 스마트폰도 있어야 하고 앱실행이 가능한 데이터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용 방법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선진기술이 나오면 그에 맞는 교육을 전국민에게 실시하여야 하고 그 기술을 쫓는 동안은 보조적인 장치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효율을 부르짖는 동안 취약계층은 점점 소외되고 소외되어 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조차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소외되고 있음을 알리지 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그 취약계층의 가장 큰 부분이 노인계층이다. 그리고 나도 우리도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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