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 뉴스, 냉철한 시각을 가질 때
여론몰이 뉴스, 냉철한 시각을 가질 때
  • 승인 2018.1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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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후 촉망받던 검찰 간부 A씨는 ‘우병우 사단’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결국 사표를 냈다.

A씨는 당시 수 차례 우병우 사단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여론몰이에는 더이상 당할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태풍이 몰아칠때는 우산과 우비를 입어도 찢어지고 날아가게 돼 있다. 당시 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줄 절실히 실감했다”고 했다.

#2008년 4월18일 이명박 정부는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전격 발표했다. 이후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에서 수입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나는 등 광우병에 걸린다고 해 3달동안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자녀의 생명을 걱정한 일부 부모들은 유모차까지 끌고 나오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2018년.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상당수 국민들은 수입 쇠고기를 먹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수입 쇠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당시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루머는 인신 공격에 가까웠다. 박 전대통령이 굿판을 벌였다거나 A씨와 밀회를 했다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온갖 루머들이 난무했다. 결국 박 전대통령을 둘러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루머들은 시간이 지난 후 가짜뉴스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국민이 많을 것 같다.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할 태세다. 가짜뉴스가 정치, 경제, 사회 곳곳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것이다. 맞는말이다.

가짜뉴스는 팩트도 없이 선정적 단어를 사용하며 반복적으로 재생산돼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하지만 가짜뉴스만 폐해가 될까.

국민들이 더 쉽게 접하며 한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것은 부풀리기, 일명 여론몰이식 뉴스다.

여론몰이는 늘 그럴싸한 재료에다 양념을 가미해 일반인들의 냉철한 판단보다는 감성, 감정을 자극한다.

여론몰이가 시작되면 일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에서 메아리방 효과까지 가미돼 겉잡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난 후 진실이 알려지기 까지는 누가 무슨 얘기를 하든 일방적으로 몰아부친다.

여론몰이가 인민재판으로 확대될 경우 개인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다.

어제까지 친분을 유지해 오던 사람도 혹시 같은 취급을 받을까 싶어 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간이 지나 여론이 왜곡 과장 된 것이 밝혀진 들 그때는 이미 개인의 삶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다.

여론몰이에는 나름 공식이 있는 듯 하다. 먼저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타킷(개인이든 집단)을 정하면 절대악(惡)취급한다. 국민들은 분노하며 타킷을 맹비난한다. 하이에나들의 ‘먹이 사냥’이 끝날때까지는 양비론도 합리적 의심도 없어진다.

최근 모 맘카페에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학대한다는 글이 올라온 후 여론몰이가 시작됐고 결국 해당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체적 진실은 따져봐야 하겠지만 여론몰이가 시작된 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년∼2017년 감사 결과를 근거로 총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됐다.

사립유치원장 중 정부지원금을 개인 용도로 마구잡이 사용하고 근무도 하지 않은 가족에게 월급을 지급하며 유치원생에 대한 터무니 없는 복지를 한 곳은 마땅히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부 사립 유치원장이 교육당국의 감사를 막기 위해 ‘골든바를 주려고 했다’, ‘10억원을 준다고 했다’ 는 소문과 ‘사립유치원장이 정부지원금으로 명품백에 성인용품까지 구입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다음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였다. ‘도대체 사립 유치원이 얼마나 썩었으면, 얼마나 많이 벌면 ,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원장에게 자녀를 맡겼다니...’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상식적 행태를 접한 뒤에는 양심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하거나 서류 미비등 행정상 지적을 받은 90%의 유치원에 대한 이해나 배려를 하려는 것 조차 사회적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짜뉴스, 부풀리기 뉴스는 전(前)정부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각종 SNS를 통해 건강이상설 등 각종 루머로 곤혹을 겪고 있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을 지낸 선동정치의 달인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 백가지의 문장과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 할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 “거짓말은 처음에 부정되고 다음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두 믿게된다”고 했다.

선동정치의 말들이 와닿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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