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比目)처럼 사랑하고 싶다
비목(比目)처럼 사랑하고 싶다
  • 승인 2018.11.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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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며칠 전 대구왕선초등학교에서 인성교육으로 5학년은 명심보감, 6학년은 논어를 가르쳤다. 이란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는 ‘들을 땐 관용의 귀로 들어라. 볼 땐 연민의 눈으로 보아라. 말할 땐 사랑의 언어로 말하라’고 하였다. 강의를 마치고 나가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강사에게 찾아와 “고맙습니다”하고 재차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왕이 선택한 학교(왕선)’라며 자부심도 있었다.

명심보감 둘째 연에 나오는 ‘한소열(漢昭烈)’은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를 말한다. 죽을 때 아들 ‘후주(後主)’에게 “착함은 아무리 작더라도 하라. 악한 일은 아무리 작더라도 하지 마라”고 조칙을 내린다. 사실 후주는 어리석은 임금으로 제갈량이 죽은 후 조조의 위나라에 항복한다.

요즘 아이들은 고리타분한 명심보감을 싫어할 것 같아서 삼국지 이야기를 섞어 하였더니 아이들이 좋아하였다. 조조가 가지고 있는 ‘의천검’과 ‘청홍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후주 유선(劉禪)의 어릴 적 이야기로 엮어 나갔다. 보검 이야기에 역시 남학생들은 귀가 솔깃해지며 들었다.

논어는 제일 처음 나오는 ‘학이시습(學而時習)’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였다. 옛날엔 ‘익힐 습(習)’대신에 ‘삭비(數飛)’를 썼다. 삭비(數飛)는 새가 알에서 새끼로 깨어나면서부터 날기 위하여 자주 자주 나는 연습을 한다는 뜻이다. 날 때까지 열심히 반복훈련을 하는 것이다. 지금도 산청군 신등면 단계초등학교의 교문은 ‘삭비문(數飛門)’이다. 학교의 담장도 멋지게 휘어져 다듬어져 있었다. 초등교육은 반복훈련이다. 나선형의 반복교육이다.

이 ‘삭비(數飛)’라는 단어가 나중엔 익힐 습(習)으로 바뀐 것이다. 습(習)은 원래 흰 깃털을 가진 새끼 새들이 백 번의 날기 연습을 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에게 ‘삭비문(數飛門)’사진을 보여주니 ‘와! 학교 너무나 좋다’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골 그 학교 아이들에겐 매일 닮아야 함을 배우는 문이리라.

PPT를 만들기 위하여 화원읍에 있는 명심보감을 집필한 추적(秋適)선생의 판본이 있는 인흥서원(仁興書院)을 찾았었다. 서원은 수리 중이어서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였다. 부근에 있는 벽화마을 마비정에 들렸다. 연리목이 있었다. 100년 돌배나무와 느티나무의 사랑이야기(연리지, 연리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를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 나무로 자라려면 연리지(連理枝)가 되고자 원합니다’하였다.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다. 반쪽이 새다. 눈도 하나. 날개도 한 쪽이다. 암수 한 쌍이 되어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어쨌든 보완이 필요하다.

연리지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한 가지로 만나 합쳐진 나무이다. 신라 내물왕 때 시조묘의 나무가 연리지가 되었다는 최초의 문헌 기록이 있다. 그리고 고구려 양원왕 때 서울의 배나무가 연리지였다는 기록도 보인다. 고려시대에도 연리지에 관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에도 청도 운문사, 하동 송림 숲, 함양 상리 숲, 괴산 산막이 옛길 등 전국엔 연리지 나무가 많다.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 사랑’에서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비목(比目)’은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비목어(比目魚)가 될 수만 있다면 어찌 죽음을 사양하리’라고 나온다. 외눈박이 물고기라는 점에서 비익조와 비슷하다. 하나가 아닌 둘이어야 정상이 된다. 한쪽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류시화는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강의 후 한승희 교장, 박은아 교감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을 칭찬해 주고 싶어서였다. 교장과 교감은 꿈, 열정, 행복으로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아이들을 사랑하며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떤 일이든지 함께하며, 의논해 오직 아이들에게만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바른 인성으로 세상 살아가기를 갈망했다. 연리지, 비익조, 비목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교장 교감은 왕선학교의 아이들을 비목처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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