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를 무시하는 사회
전문가를 무시하는 사회
  • 승인 2018.11.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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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많은 환자분들이 진료를 보는 중에 하는 말씀들이 “어디서 들었는데..” 또는 “누가 그러던데...” 라며 의사들에게 반문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의사들의 이야기는 갸우뚱 하며 불신감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고 특히 인터넷에서 본 몇 가지 부정확한 지식들을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믿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이 환자를 볼 때 생각하는 것과 일반 환자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들이 얘기하는 것 중에 진단에 필요한 내용에 집중을 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의학적,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본인들의 증상 중에 어떤 것들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환자분들의 불편한 점을 다 들어주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바람직하지만 저수가로 인한 3분 진료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조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로인해 우리나라는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얼굴 알려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거 일종의 카르텔처럼 전문가들이 그들만의 리그,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가리고 직업전문성을 망각하고 저지른 행위들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는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그 부작용이 너무나 심각하다.

2009년도부터 도입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 또한 문제가 많다. 전문가도 아닌 패널들이 어디서 들었던 얘기들을 진실인 것처럼 또는 자신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얕은 지식을 가지고 분석하는 방송들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일부 연예인들이 헌법학자인 것처럼 또는 국제관계 전문가인 것처럼 현학적 말장난을 하고 거기에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우려스럽다.

아마추어 바둑 애호가가 아무리 바둑을 잘 둔다 하더라고 프로기사를 이길 수는 없다. 현재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많은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알 수는 없다. 일반인이 아무리 인터넷 검색을 잘 하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여 직업적 전문가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정책을 결정할 때는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환자를 직접 본 경험이 없는 정책연구가들과 정치인들은 이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라 할 수 없다. 일선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의사들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한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세워질 수 없다. 의료정책이 잘못된 길을 가게 되면 초기에는 그 부작용이 심하지 않지만 진행이 되면 될수록 피해는 엄청나게 커진다. 초기에 의료자원의 왜곡 현상(외과 기피현상등..) 이 나타나고 결국 의료 본연의 기능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기형적 의료문화가 형성되어 국민들의 피해가 커진다.

의료계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직업 전문인으로서 가져야할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국민건강 지킴이로서 각자의 분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보건복지부나 정치인 크게는 국민들은 정책 결정에 있어 공짜나 싼 것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며 공급자인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봤을 때 전문가들이 더욱 윤리적으로 무장을 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며 국민들도 비전문가들의 그럴듯한 소설보다는 전문가들의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주장을 믿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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