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21)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500m 2차 레이스에서 37초85의 기록으로 통과,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0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이상화는 전날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에 이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신고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첫 메달이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에 거는 기대는 메달권 진입 정도였지 금메달은 아니었다.

실제 여자 500m는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31. 독일)와 중국의 간판 왕베이싱(25)이 양분해왔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상화의 약점으로 꼽히던 스타트를 극복한 레이스였다.

지난 1월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세계랭킹 1위 예니 울프(독일)을 처음 꺾으면서 가능성을 알렸던 이상화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다.

1차 레이스에서 울프와 맞대결을 치르면서 긴장한 탓인지 스타트에서 실수를 범했지만 10초34의 호기록으로 첫100m를 끊었다. 체력이 탁월하기에 후반 스퍼트가 강점인 이상화는 38초24의 놀라운 기록으로 볼프(38초30)를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2차 레이스서도 이상화는 흔들림이 없는 역주를 펼쳤다. 1차 레이스에서 자신감을 얻은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도 10초29의 기록으로 순조롭게 출발한 뒤 37초85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전광판에 찍힌 기록은 1, 2차 합계인 76초09. 이상화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1차 레이스와 같이 2차 레이스에서도 이상화와 같은 조에서 경쟁을 벌인 볼프는 76초1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동메달은 왕베이싱(중국, 76초63)의 몫이었다.

북한의 고현숙은 1차 레이스에서 38초89의 기록으로 15위에 그쳤지만 2차 레이스에서 38초57로 기록을 단축해 77초47의 기록으로 9위에 올랐다.

한국의 이보라(78초80)와 안지민(79초14) 그리고 오민지(79초58)는 각각 26위, 31위, 32위에 그치면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한편 한국은 18일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또 하나의 메달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32. 서울시청)과 이번 대회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21. 한체대)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 나선다.

쇼트트랙에선 여자대표팀이 중국의 만리장성에 도전한다. 조해리(24. 고양시청)와 이은별(19. 연수여고), 박승희(18. 광문고)가 여자 500m 결승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