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관하여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관하여
  • 승인 2018.12.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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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前 대구고등법원판사
요즘 사법부는 하루하루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전·현직 대법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고 있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고,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조심조심 살아가는 판사들의 스타일에 비추어 이런 일을 겪는 것에 대하여 본인은 물론이고 동료 선·후배 판사들은 소위 ‘멘붕’상태에 있을 것입니다.

저도 판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 있지만은 이번 사태에 대하여는 저 자신도 정신적 충격입니다.

이번 이른바 ‘사법농단’의 핵심은 아직까지 명확히 들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대략 재판 개입, 재판 보고, 법관 블랙리스트 관리 등으로 종합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선 법관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당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SNS나 언론에 표현한 판사들을 리스트해서 관리하고 인사 상 불이익을 주었고, 심지어는 사실상 사직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서기호, 이정렬, 차성안 판사들인 것으로 일단 보입니다. 그 외 다수의 다른 판사들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관련자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탄핵결의가 이루어 진 것입니다.

판사들도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아니면 더 심하게 자신들의 인사에 대하여 민감합니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모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 해 왔고, 판사가 되기 위해서도 사법연수원에서 다른 연수생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판사들 성향 자체가 안정적이고 자신보다 못한 동료가 더 나은 자리에 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조직 문화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서울대 법대를 중심으로 한 학벌 중심 편견까지 더해져 법관의 관료주의는 더욱 공고히 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그 불씨는 전 정권과 고위 법관들의 유착이 되었지만, 결국 그 불길을 번지게 하는 것은 그 동안 판사들 사이에 쌓여 있었던 부당한 인사 상 불이익과 사법부 관료주의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법관회의에서 탄핵의결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법관탄핵이 타당한가 보겠습니다.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사판결을 받지 아니하면 파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임용된 판사는 10년 동안 그 신분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법관의 신분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유는 판사들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떤 외부세력에 대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무원에 비하여 더더욱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고위 법관들의 재판 개입과 재판 보고, 그리고 법관 블랙리스트를 관리해 왔다면 이 자체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탄핵 절차와 관련하여서 과연 지금 당장 하여야 하느냐에 대하여는 좀 더 신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직은 수사 중에 있는 인사가 많고 겨우 임종헌 전 차장만이 기소된 상황이라면 아직은 그 피의사실에 대하여 신중히 접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무죄추정의 원칙상 일단은 위와 같은 혐의 전부가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었다면 이를 지켜보는 것이 타당한 것입니다. 판사를 탄핵하는 것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과 비추어 보아도 매우 신중한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하여 그것이 잘못된 역사적 사건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역시 한 번 더 신중히 판단해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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