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혹은 끼리
함께 혹은 끼리
  • 승인 2018.1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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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함께 잘 노는 사람이 있고, 끼리 잘 노는 사람이 있다.

‘함께’와 ‘끼리’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함께는 열려 있다면 끼리는 닫혀 있다. 나는 자기들끼리만 잘 노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 속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벽이 높게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 벽 너머에 누가 사는지,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 벽 밖에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난 그 벽이 싫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도 있겠지만 벽을 타고 오르지 못하는 키 작은 제비꽃도 있는 법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많았다. 까불고 잘 놀고, 주위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 줬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공부하지 않고, 사고치고 다니는 아이였지만 또래 친구들한테는 늘 재미를 몰고 다니는 아이였다. 여름이면 위험한 물가로 가서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를 했고, 겨울이면 위험한 저수지 얼음 위를 스케이트 탄다고 돌아다녔다. 내게 친구의 기준은 그냥 함께 어울려 놀 수 있으면 되었다. 나이가 많든, 나이가 어리든, 여자든, 남자든 내 친구들이었다.

재밌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 추억 가운데 잊혀 지지 않는 마음 불편한 장면이 하나 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잊혀 지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게는 꽤나 큰 사건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은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일명 패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사춘기의 시작이었다. 초등학교까지는 모두가 비슷한 친구였는데 몸집이 커지기 시작하고, 힘이 세지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구분되기 시작했다. 일명 앞선 무리들과 뒤 처진 무리로 구분이 되었다.

나는 앞선 무리에 속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거의 모두 앞선 무리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속해졌다. 그렇다고 폼을 잡거나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무리 짓고 어울려 다녔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한다. 힘도 약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그 친구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데 내가 속한 무리의 애들이 교실 뒤편에서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무리 중 대장격인 친구 녀석이 나에 대해서 좋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그 옆에 친구들이 따라 웃고 있었다. 정확한 표현은 시간이 지나 희석되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이러했다. “순호 점마 저거는 저런 애들하고 어울려 놀고, 쪽 팔리게. 이제 순호 저 놈아 하고 놀지 마라” 그때의 그 말했던 그 친구의 눈빛. 그리고 거기 옆에 있던 친구들의 비웃음 같은 그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그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생하다. 그날의 그 느낌이. 모두가 나와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멀어졌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한 친구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 개개인들과는 여전히 친하게 지냈지만 그 무리와는 멀어졌다. 그 후로 더 이상 그들과 함께 무리로는 몰려다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우리끼리’라는 틀을 깨버린 이유였다.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세상 속에서 자기들끼리만 잘 논다. 틀을 형성하고 그 틀 속에 사람들을 모은다. 그리고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늘 그들만의 언어로 말을 한다.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잘났다. ‘끼리’는 확장성이 없다.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없다. 있어도 그 문은 비밀번호로 잠겨있다. 하지만 ‘함께’는 확장성이 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특정한 사람들끼리만 잘 살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정치가 종교가 그랬으면 좋겠다. 세계 모든 나라와 민족이 함께 잘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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