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제자리
  • 승인 2018.1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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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집안 대청소를 한다.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뽀얀 먼지를 제거하고 옷가지를 정리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한다. 그러고 나면 몸은 피곤해도 한결 마음은 편안해진다.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 기분이 좋아지듯이 내 안에 복잡한 생각이 정리가 되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우리 마음도 한 번씩 대청소가 필요하다.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흔히 취하는 태도는 원인을 바깥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바깥에 책임을 지우고, 바깥을 향해 비난을 쏟아 버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걸 느낀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조금 편해졌다는 사실 외에는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잠시 느낄 수 있는 ‘책임에 대한 가벼움’정도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외부 귀인(문제 발생의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이라 한다. 남 탓은 잠시 효과를 주는 진통제 같지만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늘 남을 탓하며 사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서 만나보면 그 자리 그대로이거나 이전보다 퇴보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대체로 삶이 힘든 이유를 어지러운 바깥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점검해보면 흐트러진 것은 바깥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속이 시끄럽고 안정이 되어 있지 않으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것이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모두 갈 곳 잃고 방바닥을 뒹구는 것이다.

우리가 살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내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모두 자기식대로 본다.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더 크게 보이기도 하고, 더 적게 보이기도 한다. 내가 보는 세상은 지금 나의 마음 상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내 상태를 살펴야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일이다. 상담을 시작하면 대체로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얼마 전 상담을 시작하게 된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상담을 하고 얼마 동안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표정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의 무례하고, 고집스런 행동 때문에 화가 났고, 때문에 좋았던 감정이 사라지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며 일주일 내내 속상했다고 한다.

그녀는 상담 내내 남편 얘기만 했다. 자신의 이야기는 없었고, 남편의 이야기로 시간이 흘러갔다. 한참을 듣다가 그녀의 의식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살피게 했다. 남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탐색하기보다는 자신의 기분 좋았던 감정이 왜 그때 그렇게 흔들려 버렸는지를 살피게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의 인생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자신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이 흔든 것이 아니라 그녀가 흔들린 것이다. 그녀도 인정했다. 그렇게 흔들릴 필요 없었는데 유난히 흔들려버린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마음의 현 상태였다. 겉으론 다 나은 듯해보였지만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는데 까지는 시간도 필요하고 정성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자신 안에 답이 있다. 내가 먼저 제자리로 돌아가자. 그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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