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의 맛
달인의 맛
  • 승인 2018.12.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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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이니자산관리 상무


지난주에 모 방송국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2018년 10대 맛의 달인을 소개했다. 각 분야의 맛의 달인이 소개될 때마다 전율을 느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동으로 꽉 찼다. 뒷골목에 허름한 집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집이 되기까지, 그 눈물겨운 요리과정과 땀방울 맺힌 사연들이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어수룩해 보이는 동네의 아줌마, 아저씨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이미 평범한 음식의 수준을 넘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달인의 경지에 있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달인의 맛 비결은 오랫동안 묵은 장맛처럼 오랜 시간 그 맛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2대를 넘게 수십년 대를 이은 게 대부분이고, 지금도 자식들과 함께 대를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모든 가족들이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맛을 만들어갔다.

두 번째, 재료가 달랐다. 탕수육의 경우 식감이 좋다했더니 감자로 코팅을 하고, 고추장이 듬뿍 들어간 새빨간 떡볶이는 대추와 돼지고기로 만든 소스를 으깨 넣었고, 김밥에 들어가는 오이는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오이의 풍미를 위해 쌀겨와 가다랑어포를 사용해 오이를 숙성하는가 하면, 절인 오이의 짠 맛을 제거하기 위해 사골 육수를 사용한다.

세 번째, 만드는 과정이 달랐다. 영주의 짬뽕 달인은 면 단위 시골 동네의 숨은 맛집이지만, 전국에서 모여 드는 손님 때문에 면장이 서빙을 할 정도로 동네의 명물이 되었다, 그 짬뽕을 만드는 비결은, 향은 가두고 맛이 진해지도록 팬과 항아리 비법으로 육수가 사라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강릉 밥알찹쌀떡은 밥알을 살려낸 식감과 함께, 푸짐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수제 찹쌀떡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찹쌀떡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밥알의 입자가 살아있는게 돋보인다. 그 비결은 찹쌀가루가 아닌 쌀을 배춧잎으로 덮어 쪄서 만든 밥을 절구로 으깨어 만든다. 호두를 볶아 나오는 기름으로 소금까지 함께 볶아주면 고소함을 자랑한다. 여기에 물을 부어 소금물을 따로 걸러주는데 호두 먹은 소금물로 밥을 삶아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인생을 담았다. 남해에서 쑥인절미를 만드는 쑥떡 달인은 10대 맛의 달인에 선정되자 온 가족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들이고 딸이고 남편이고 모두 고생한 걸 알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특히 여주인은 누나를 도와서 떡을 만들었던 남동생을 생각했다. 그 남동생은 떡을 만들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 10대 달인이라는 상은 죽은 남동생이 고생하는 누나에게 주는 상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영주 짬뽕 달인은 상패를 가지고 아버님 산소를 찾아가 아들이 요리사로 세상에서 인정받았음을 말씀드렸다. 안성 오이김밥 주인은 김밥집을 시작한 돌아가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렸다.

10대 맛의 달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전부 자신의 삶을 자기가 만든 음식의 맛을 위해 모두 바쳤다. 그리고 어떠한 요령도 없이 묵묵히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와 재료로 사람들에게 맛의 감동을 선물하였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요리 프로그램의 열풍과 맛집 탐방으로 누구나가 맛집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국제적인 맛집 선정 기관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받은 요리집도 많이 생겼다. 나는 미슐랭가이드 별 세 개보다도 더 값진 상을 받은 10대 맛의 달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맛에 사랑과 정성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오롯이 담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이 만들어 내는 맛은 삶의 달인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드라마이다. 그들 때문에 이세상이 더욱 살 맛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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