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 승인 2018.12.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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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1997년 11월 21일 경제부총리가 특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나라빚이 총 1천500억달러가 넘고 급하게 갚아야 할 돈이 많은데 국가가 가진 외화는 고작 40억달러.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불과 1년전인 1996년 12월12일에는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에 가입,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며 축배를 들었는데 만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80도 다른 국가부도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97년 IMF외환위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고 해서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했다.

97년은 필자에게도 잊지 못할 해 였기에 개인적으로도 과거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

97년 2월. 당시 필자는 9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신문사에 취재기자로 입사했다. 신문사 선배들은 언론고시에 합격했다고 축하해 주었고 하루하루 생활은 대학 졸업후 직장 초년생에게는 꿈만 같았다.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는 선배들을 따라 고위관료와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생활화 됐고 날마다 이어지는 회식으로 몸은 지쳐갔지만 늘 자신감은 갖고 지냈다. 혼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지낼 미래를 상상하며 웃을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설레임,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은 불과 10개월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가 한국에도 몰아쳐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실직자들이 증가하는 것 같더니 국가부도위기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1997년 12월 3일 임창열 경제 부총리와 캉드쉬 IMF 총재가 긴급 자금 지원 기자 회견을 한 이후는 하루하루가 패닉이었다.

D은행·D종금사 등 절대 안전지역으로 생각했던 금융권이 파산되면서 갑자기 실직자가 된 친구들, 이 친구들을 취재하고 회사로 돌아오면 사무실 곳곳에는 정리해고자 명단이나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20년 정기보험계약 만료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버티지 못하고 해약하거나 아이 돌반지까지 파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했다.

결국 대구의 주력산업이였던 건설회사 빅3와 섬유 대기업이 부도가 났고 다니던 직장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첫 직장생활이 뒤죽박죽됐지만 그 당시에는 모두가 힘들었고 젊다는 이유로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당시에는 필자도 어려웠지만 돌반지, 결혼반지, 장농속에 있던 금부치라도 들고 나와 나라를 지키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금모으기 운동에도 동참했다,

1999년 9월께는 외환 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할 수 있게 됐고 2001년에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IMF 자금을 갚았다. 어려운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조금씩 형성되었고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위기를 이겨 냈다는 자신감도 커졌다. 이후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늘려 4천억달러가 넘는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IMF같은 위기가 대한민국에는 절대 올수 없다는 생각과 믿음으로 20여년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2의 IMF가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2천조 원을 훌쩍 넘는 상황, 기업들의 신규투자 축소와 이에따른 청년 실업난 증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 반기업 정서와 무소불위의 민주노총 행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버블 붕괴 등등.

무엇보다 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침체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활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도 반기업적 정서와 친 노동정책, 자유시장경제 외면, 무분별한 복지혜택으로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지인과 경제·사회학과 교수와 자리를 같이 했다.

97년 IMF당시와 2018년 현재의 상황은 대기업들의 적립금과 국가의 외환보유액 규모,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로 제2의 IMF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공통된 점은 하나였다. 정부가 글로벌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않거나 반기업적 정서,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지속적으로 외면하면 생각치도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심각한경제위기가 올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가 다가오고 있다. 온국민의 바램대로 이제는 말로만이 아닌 모든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경제에 몰입해야 할때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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