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보다 명답
정답 보다 명답
  • 승인 2018.12.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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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인생에 정답(正答)은 없는 것 같다. 짠 것이 옳을 때 있고, 때론 싱거운 게 옳을 때 있다.

용서하는 것이 옳을 때가 있고 응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옳을 때가 있다. 용기 내어 맞서 싸울 때가 옳을 때 있고, 물러서는 것이 옳을 때가 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꼭 꼬집을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삶이다.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카카오 톡이 왔다. 내용은 강의 영상인 듯했다. 제목을 보니 EBS 특별기획 ‘통찰’이었다. ‘통찰이라?’, 확 구미가 당겼다. 평상시 통찰(insight)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요즘 들어 강의 때,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나누고 있는 주제였었는데 희한하게도 그게 딱 나한테 영상으로 보내졌다. 주저 없이 바로 실행해서 영상을 봤다. 강의자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다. 소제목으로는 “환경이 인재를 만든다.”라는 주제의 영상이었다. 강의 내용의 핵심은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것은 환경이다.’는 것이었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은 하나의 답을 정해놓고 그 하나의 답을 찾아내는 걸 가르친다. 답은 이미 하나가 정해져 있고 그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접한 문제는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7+□=10, 그렇다면 □안에 들어갈 정답은? 맞다 3이다. 그 □안에 들어갈 답은 이미 하나가 딱 정해져 있다. 정답은 2가 될 수 없고, 5도 될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답은 3이다.

반면 교육이 잘 발달되어 있는 핀란드에서는 문제를 내는 방식이 좀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7+□=10의 문제를 내고 하나의 답을 찾도록 한다면 핀란드에서는 □+□=10 이렇게 문제를 낸다고 한다. 그러면 답은 수없이 많이 나올 수 있다. 7 더하기 3도 10, 5 더하기 5도 10, 0.7 더하기 9.3도 10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찾으려면 수도 없는 답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교육환경이다. 하나의 답이 정해져 있고 그 하나를 찾아가는 교육환경에서는 절대 창의성이 발달할 수 없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음악시간은 늘 즐거웠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유난히 암기과목에는 약했다. 주의 집중력이 상당히 약했기 때문에 조용히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목은 상대적으로 관심도 낮았고, 점수도 낮게 나왔다. 만약 그때 우리 교육환경이 좀 더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나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음악활동을 통해 배우는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고, 체육활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거기에 맞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생님도 그러셨고 아버지께서도 늘 나에게 같은 말씀을 하셨다. “너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그 말이 딱 맞았다. 나는 노력을 안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노력을 못했다. 그때의 교육환경은 나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못했다.

사람의 지능을 IQ 검사 하나만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거기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 박사다. 그는 다중지능이란 이론을 개발했다.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이란 하나의 지능이 아닌 여덟 가지의 지능을 말한다. 즉, 언어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 지능, 인간친화 지능, 자기이해 지능, 자연친화 지능이 있으며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지능이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절대 공감하는 바이다.

다름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냥 다를 뿐이다. 다름이 존중받고 다름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이 하나의 정답보다는 여러 개의 명답을 찾아가는 교육환경이 돼 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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