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은 말을 돌아본다(行顧言)
행동은 말을 돌아본다(行顧言)
  • 승인 2019.01.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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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전 중리초등교장)



2019년 새해가 되었다. 지난 한 해가 왠지 여운이 남는다. 이루지 못한 일 때문만은 아니리라. 작년 이맘때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끝마무리가 없었거나 희미하게 정리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된 대경예임회에선 작년에 속리산에 있는 산과 계곡을 많이 찾았었다.

속리산(俗離山)은 최치원이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는데(道不遠人) 사람은 도를 멀리하고(人遠道),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았는데(山非俗離), 속세가 산을 떠났구나!(俗離山)’하는 말에서 유래한다. 속리산을 지날 때마다 그 의미를 마음속으로 되새겨보곤 하였었다.

‘도불원인(道不遠人)’은 중용에 나오는 말이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는데, 사람들이 도를 닦으면서 사람에게서 멀리한다면, 그것은 도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도(道)는 ‘길’이다.

도리나 도덕이며,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법을 제시한 길이기도 하다. 어떤 목표, 목적지의 끝일 수도 있고, 처음이거나 시작이 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도(道)란 실천궁행이 중요하다.

‘도불원인’의 글 중간에 공자 스스로도 잘하지 못한 ‘군자의 도 네 가지’가 있다. ‘아버지 섬김을 잘하지 못했고, 윗사람 섬김을 잘하지 못했고, 형 섬김을 잘하지 못했고, 벗들에게 먼저 베풀어 주기를 잘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공자는 평상시에 덕을 행하여야 하며, 평상시에 말을 삼가서 행동에 부족한 점이 없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말에 남음이 있어 표현하고 싶다면 ‘언고행(言顧行)’하며 ‘행고언(行顧言)’하라 했다.

‘언고행(言顧行)’은 ‘말은 행동을 돌아본다.’는 뜻이고, ‘행고언(行顧言)’은 ‘행동은 말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누구나 감히 다하지 못한 말들을 하고 싶을 땐 ‘할 말들이 행동에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돌아봐야 하고, 그러고 나서 ‘했던 행동이 말과 일치했는지’를 꼭 돌아봐야 한다. 돌아본다는 것은 반드시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 어느 졸업식에 갔었다. ‘회고사(回顧辭)’를 읽던 교장은 ‘회(回)’는 물이 빙빙 돌다가 되돌아오는 것이고, ‘고(顧)’는 머리를 돌려보는 것이라고 했다. 졸업생들에게 당부하는 말로 항상 지난 일을 돌이켜 보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 최상의 방법으로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고, 감사의 편지도 쓰고, 글쓰기도 하면서 가끔씩은 반성문도 써보는 작심이 중요하다 했다.

‘작심(作心)’이라는 말은 ‘맹자(孟子)’에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에 묵적(墨翟), 양주(楊朱), 맹자는 같은 시기에 살았다. 묵적은 자기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친하건 친하지 않건 모두 차별 없이 사랑하는 ‘겸애(兼愛)’를 주창하였다. 묵적은 무차별적인 박애와 평화주의자였다. 묵가의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며 공자의 인(仁)이 시대에 맞지 않음을 공격하였다.

양주는 ‘위아(爲我)’를 주창하였다. 자기만이 최고라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주의 사상을 가진 양주는 무차별적인 박애주의자인 묵적을 공격하였다. 노자의 무위자연주의를 옹호하면서 맹자와는 사상적인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맹자는 ‘묵적(墨翟)은 차별 없는 사랑을 주장하며 머리꼭대기부터 발뒤꿈치까지 다 닳아 없어지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사람이다. 양주(楊朱)는 나만을 위할 것을 주장하며 자신의 터럭 한 오라기를 뽑아서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다.’고 평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맹자를 호변(好辯) 또는 궤변가(詭辯家)라고 비난했다.

맹자는 제자 공도자에게 “훌륭한 지도자가 없으니까 묵적과 양주의 터무니없는 이론이 천하에 가득 찼다. 묵적은 겸애(兼愛)를 내 세우지만 아비를 무시하는 것이고, 양주는 위아(爲我)를 말하지만 윗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잘못된 말들은 ‘작심(作心)’에서 생긴다. 잘못된 말은 일마다 해롭게 한다. 또한 정치에도 해를 끼치게 된다.”라며 호변(好辯)하는 이유를 밝혔다.

‘작심(作心)’은 ‘마음의 작용’이다. 이 말에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생겼다. 새해가 벌써 삼일 지났다.

올해의 계획도 ‘작심삼일’이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단단히 각오한 마음이 흩뜨려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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