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병원이 폭력없는 안전한 곳이 되기를…
새해에는 병원이 폭력없는 안전한 곳이 되기를…
  • 승인 2019.01.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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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계명대의대 교수/ 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새해를 맞이하는 의사들의 마음이 무겁고 침통하다.

지난해 마지막날에 진료실을 지키다 조울병환자에게 생명을 잃은 의사 때문이다. 유난히 환자의 마음을 잘 살피려 노력했던 유능한 의사였고, 흉기에 의해 다른 의료진들에게 피해가 가지않도록 노력하다 사고를 당했다니 더욱 안타깝다. 불합리한 폭력과 위협이 남의 일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에, 제야의 종소리가 이제 의업을 그만두라는 조종처럼 들렸다는 의사도 있다.

의사들에게 2018년은 수난의 한해였다. 술취한 환자가 의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사고가 여러차례 보도되었다. 감염사고가 발생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장인 의사가 구속되기도 했고, 한의원에서 벌침을 맞다가 쇼크에 빠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의사가 민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희귀한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의사 3명은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병원 폭력의 문제점을 호소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의사를 특권층이나 적폐 세력으로 보기 때문인것 같다. 멱살 잡히고, 폭행당하고, 칼과 망치로 위협당해도 너희는 살만한 기득권이니 양보하고 참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환자의 90%는 의사를 때리고 싶어한다는 해괴한 말을 하며 이상한 생각을 가진 환자단체의 (생계형) 대표라는 이도 있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의사의 전문가적 특전을 특권과 혼동하고 정당한 대우를 특혜라고 비난하고,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나 언론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위주로 각색하여 희화한다.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드라마 방송 며칠후 이런일이 일어났다.

시청자가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이런 방송은 자제해야한다.

진료 결과에 대한 환자의 불만이 제기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부추기는 행태도 주의해야한다.

소방관이 불을 끄는 중에 다른 차나 시설에 손상을 입혔다고 배상하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제도와 국민의식은 언제쯤 고쳐질까? 원하는 치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의사 탓이라 욕하고 의료사고로 몰아간다면 방어진료를 조장하고 결국은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소방관이 순직하거나 고생하면 동정이라도 해주지만, 의사가 응급 출동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의료 분쟁이나 폐업의 어려움으로 자살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의료비용으로 가장 긴 평균수명을 누리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누가 지탱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와 정치권이 병원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새해에는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병원이 폭력없는 곳이 되고, 진료실에서 의료인들의 안전이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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