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만 쓰면…내가 바로 ‘좀비 잡는 히어로’
고글만 쓰면…내가 바로 ‘좀비 잡는 히어로’
  • 장성환
  • 승인 2019.01.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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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전국 PC방 급증
20년간 가파른 성장세 보여
TV방송 게임대회 생중계 등
단순 놀이 아닌 스포츠로 발전
최근 가상현실 기술 발달로
게임 속 캐릭터 직접 체험
수요 점점 늘어 대중화 기대
VR게임체험사진4
대구 중구 동성로의 VR게임장에서 한 젊은이가 VR게임을 즐기고 있다. 장성환기자

 

생활속으로 들어온 4차 산업혁명 -  <5>PC방 세대에서 VR 세대로

1998년 정부 주도의 IT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초고속 인터넷이 구축되자 전국에 PC방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1998년 1월 100여 개에 불과했던 PC방이 같은 해 10월 3천 개, 1999년 12월 1만5천150개, 2000년 7월 1만9천772개, 2001년 1월 2만2천943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전까지는 오락실, 당구장, 만화방 등이 놀이문화 집결지의 전부였지만 PC방의 등장으로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IMF 사태로 악화된 경제 상황 속에서 적은 돈으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PC방을 놀이문화의 핵심 공간으로 발전시켰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20년간 PC방을 중심으로 게임문화는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1998년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가 내놓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당시 청소년들을 PC방으로 불러 모았고, PC방을 중심으로 열리던 게임대회가 발전해 TV 방송에서 게임대회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2000년 21세기 프로게임협회(현 한국 e스포츠협회) 창립 행사에서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통해 ‘e스포츠’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게임은 단순 놀이가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 발전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리그 오브 레젠드(LOL) 등의 새로운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며 다시 한번 PC방 붐을 일으켰고, 작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2와 같은 게임들이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1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는 ‘2018 글로벌 게임시장 보고서’를 통해 작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전체 게임매출의 절반을 넘는 51%(한화 약 79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한 게임문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변혁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 속의 일 정도로만 여겨졌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관련 기술이 현실화되며 앉아서 즐기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직접 게임 속 캐릭터가 돼 체험하는 게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VR게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8시께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VR게임장은 고글을 쓴 채 게임에 몰두한 청년들로 가득했다. VR게임은 본인이 실제로 움직이며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게임 종류에 따라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풍경이 연출됐다. 한 여성은 높은 빌딩에서 케이크를 줍는 고소공포체험 게임을 하며 비명을 질러댔고, 젊은 남성 2명은 복싱·탁구와 같은 스포츠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면서 내기를 하기도 했다. 검으로 날아오는 블록을 자르는 리듬게임과 성을 지키기 위해 활로 적을 물리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인기가 가장 많은 게임은 총으로 좀비를 죽이며 미션을 수행하는 ‘애리조나 션샤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함께 무선마이크로 소통하며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VR게임을 처음 경험했다는 직장인 이유빈(29·대구 달서구 송현동)씨는 “가만히 앉아서 손만 움직이는 PC게임과 달리 내가 실제 게임 속 주인공이 돼 현장에서 좀비를 물리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게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VR게임을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장 직원은 VR게임을 처음 접하는 손님에게 게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조작법을 가르쳐 주느라 분주했다. 총 100여 가지의 게임 중 손님의 취향에 맞춰 적절한 것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VR게임장 직원 권세현(24)씨는 “아무래도 20대 손님들이 말로만 듣던 VR게임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말에는 최소 60명에서 최대 10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 만큼 VR게임이 앞으로 더욱 대중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장성환기자

 

VR이 변화시킬 미래 게임문화

'오감만족'체감형 게임

어지럼증 등 숙제 여전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 놀이는 전자적인 장치와 결합되면서 디지털 게임으로 발전했다. 최초의 디지털 게임으로 인식되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 ‘PONG’으로 시작된 디지털 게임은 초기 아케이드 게임에서,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전용 비디오 게임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컴퓨터 게임으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 역시 아직도 많은 이용자를 가지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용자와의 효과적인 상호작용과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다양한 게임 장르의 특성을 살리며 이용자들에게 몰입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콘텐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했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으로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임충재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
최근의 가상현실 시스템의 비약적인 발전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의 상용화를 가능하게 했다. 사용자에게 시각적인 가상공간의 몰입감을 제공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 사용자의 행동이나 제스처를 인식해서 상호작용에 활용되는 콘트롤러 기술 등의 발전으로 실제 현실과 유사한 몰임감을 가진 정밀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 개발 환경이 구축돼 많은 게임회사가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 게임은 그 동안 시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기존의 게임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감형 게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몰입감의 요소가 중요한 기존의 슈팅게임, 어드벤처게임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헬스 관련 게임의 장르가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성장하는 가상현실 시장은 가상현실 테마파크이다.

가상현실 게임은 아직까지 어지럼증 현상이 발생하고, 사용상의 위험성이 있으며, 개인적으로 소유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만간 모바일 게임, 컴퓨터 게임, 비디오 게임이 형성하고 있는 게임 플랫폼에 가상현실 게임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

현빈처럼 렌즈 끼고 칼싸움?  이론은 '가능' 재미는 '글쎄'

tvN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포스터
tvN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포스터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AR게임, 실현 가능성 있나

AR(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tvN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주 시청층인 10대~30대를 중심으로 AR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AR 게임을 경험하면서 기묘한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이다. 스마트렌즈를 착용하는 순간 내 눈앞의 현실이 게임 배경으로 바뀌며 가상의 캐릭터와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이 AR 게임이 100조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 속 AR 게임을 지금의 기술로도 구현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존재하는 VR 게임의 배경만 날리고 AR 글라스를 이용해 실제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드라마 속 AR 게임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GPS 데이터 연동 등 추가 작업은 필요하나 투입될 자원의 문제일 뿐 개발의 어려움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AR 게임이 얼마나 실감 나느냐 하는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지금 당장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상의 3D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재 AR 기술 수준은 가상 캐릭터가 실제 구조물 위에 올라서는 행동을 하는 정도일 뿐 가상 캐릭터의 행동에 따라 실제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연출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임충재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드라마 속 게임은 AR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정보를 결합해 두 세계를 융합시킨 공간을 만들어내는 MR기술”이라며 “이러한 게임을 지금의 기술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나 사람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흥미로워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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