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이 유명해졌다. 연일 전국 뉴스에 예천군이란 이름이 오르내린다.
좋은 소식이면 얼마나 좋으련만 안 좋은 소식으로 예천군이 이름이 알려지니 같은 경상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가서 벌어진 가이드 폭행에 대한 이야기다. 뉴스에 의하면 연수 일정 중 호텔에서 고성방가뿐만 아니라 여행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나아가 연수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가이드를 폭행하였다고 한다. 주민들을 향해 머리 숙이던 때가 불과 몇 달 지났다고 벌써. 뉴스에 나온 영상을 보다가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참 못났다. 못났어.” 그 뉴스를 보면서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MBC에서 방영한 ‘완장’이란 드라마가 생각났다. 1998년에 방영한 8부작 드라마로 조형기 씨가 주연을 맡았다. 평범하고 어찌 보면 배운 것 없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던 한 시골 청년(배우 조형기)이 어느 날 완장을 차게 되면서 권력의 맛에 안하무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완장(권력)을 차니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본인은 완장이 사람을 변하게 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완장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다만 완장을 차게 됨으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 본인도 얼마 전 경험했다. 마을 총회가 있어서 회의에 참석했더랬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총회 날이다 보니 지역의 많은 정치인들이 인사를 왔다. 회의가 길어졌고 인사 차례를 기다리던 한 의원이 나를 향해 대뜸 반말로 “그거 뭔데 한번 보자”하며 내가 들고 있던 총회 자료를 받아갔다.
그러고는 “마을 자료네”하면서 다시 내게 유인물을 돌려주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두 번이나 반말을 했고, 표정 또한 상당히 권위적이었다. 개인과 개인이었다면 기분이 덜 나빴을 수도 있다. 그냥 나보다 나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젊게 보고 그랬겠지, 혹은 그 사람이 평상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물론 경우가 아닌 비 매너적인 태도)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인이다. 불과 몇 달 전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허리 숙여 인사했던 과거의 유권자들을 만나러 왔고, 앞으로 다시 있을 선거에 다시 자기를 지지해 주십사 하고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위임받은 힘을 가진 권력자들이다. 그 권력은 모두 국민과 지역민들에게서 위임을 받은 것이다. 완장 찼다고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오산이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그에게는 다시 표를 주지 않을 것 같다.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일찌감치 이렇게 이야기했다. “국민은 투표할 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완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완장을 찬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힘은 위임받은 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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