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 입시는 부모의 경제력에 달렸는가
명문대학 입시는 부모의 경제력에 달렸는가
  • 승인 2019.01.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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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최근 한 종편방송국의 SKY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타운하우스인 SKY 캐슬 안에서 자식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명문대학에 진학시켜 상류계층 인사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부모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다. 드라마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상류층에서 그들의 자식들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한 사교육시장이 과열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과연 저 정도일까? 또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정말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드라마라는 특성상 재미를 위해 일부 과장된 요소가 있지만, 실제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존재한다고 한다.

입시 코디네이터는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 · 진학을 설계하고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하는 복잡한 대입 전형을 분석하여, 학생들에게 가장 유리한 틈새 전형을 알려주며, 이를 위해 지원하는 대학학과에 적합한 소논문 주제나 동아리 활동 심지어 봉사활동 장소와 내용까지도 전부 설계해주고 관리해주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과거 단순한 개인 과외선생님에서 출발하여 ‘멘토 선생님’ 내지는 ‘학습 매니저’, ‘입시 컨설턴트’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대학 입시 전형이 수시 전형의 확대와 더불어 점점 복잡 다양해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매니저 역할까지 겸하는 입시 컨설턴트 즉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군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많은 대입전문가들은 지금의 대입 전형이 입시 코디네이터를 양산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수능이나 논술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소위 입시 컨설턴트가 내신과 수능성적으로 어떤 대학교 어느 학과에 지원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정도였지만, 수시의 확대와 더불어 대입 전형이 매우 복잡해지면서, 입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군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시는 이상적인 제도다. 성적만 보는 게 아니라 잠재력까지 본다니 얼마나 좋은 제도인가? 그러나 문제는 말 그대로 이상적이라는 사실이다. 잠재력까지 보아야 하니 보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국영수만 잘해서는 안 된다. 자율 활동, 봉사활동, 수상실적, 독서활동 등이 있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일부 특수목적고나 자사고를 제외하고는 공교육에서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이 소위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를 갈망한다. 그 이유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대리 만족이던, 아니면 자신들이 살아온 경험에 근거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여서든지 간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 한다.

하지만 대학 입시 전형이 너무나 복잡하여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고, 각종 언론 보도나 드라마에서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둔다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한 없이 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수시 전형의 경우 등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점수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내 아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르니 부모들은 ‘뭘 더 해야 하나’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 바로 사교육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나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억지로 적성과 관계없이 점수에 맞춰 명문대에 입성했으나 전공 수업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진로를 찾아 방황하는 경우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였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하는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잘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규모는 16조 8천억 원 정도라고 한다.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사교육비 통계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즉 학생부종합전형 코디나 고액 컨설팅 비용,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과외, 자기소개서 검토 비용 등은 빠져 있어 실제 규모는 몇 배가 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교육에 있어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미약하다. 오죽하면 명문대학에 진학한 대학생들이 자기 부모에게 지도교수를 만나 자신의 취업에 대해 상담을 부탁한다고 하고, 취직해서는 자기 상사를 만나 자신에 대해 잘 봐주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로 치부하고 싶다.

교육은 100년 대계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 왔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사회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학생들 각자의 능력과 자질만을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제도가 모색되어지기를 바라면 망상(妄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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