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전망대> 에가와에게서 배운다.
<목요 전망대> 에가와에게서 배운다.
  • 승인 2010.02.24 14: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남교(경일대학교 총장)

1973년 여름, 일본열도는 고시엔 야구대회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한 고교생 투수로 인해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었다. 괴물투수 에가와. 고교생으로 150km/h의 강속구를 뿌려대던 그에게 매스컴이 붙인 별명이다. 요미우리, 롯데, 한신, 다이요 등의 프로구단은 물론, 각 대학과 사회인야구팀의 스카우트들까지 에가와를 붙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일부 프로구단에선 아예 에가와의 집에 진을 치고 그의 아버지를 갖은 수단으로 회유했다. 출중한 고졸 스타가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입문하던 당시의 일본 야구 풍토에서 에가와의 프로 행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었고, 다만 어느 구단을 택하느냐 만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에가와는 대학 행을 선언했다. 그것도 특기자 전형을 거치지 않고 당당히 정규입시를 거쳐서 진학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많은 명문사학에서 그를 모시기 위해 제시한 파격적 조건들을 거절하고 와세다대학 인문학부에 정식 응시했다.

그가 와세다대학에 응시한 것은 당당한 실력으로 대학생이 된 후,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명문대학들의 집합체인 도쿄 6대학 리그(도쿄 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주오대, 메이지대, 호세이대)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특기자 전형을 거치지 않고 정규 응시한 에가와를 와세다대학 당국은 냉정히 낙방시켰고, 모셔가고 싶어 안달인 에가와를 떨어뜨린 와세다의 철저한 입시관리는 또 한 번 세인들의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에가와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실력(특기자 특채가 아닌)으로 도쿄 6대학 리그권의 대학생이 되어 마운드에 서고 말겠다는 그의 신념엔 변화가 없었다. 결국 에가와는 후기입시에서 호세이대학 야간부에 합격했고, 그의 염원대로 도쿄 6대학 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대학시절 그는 부동의 대학선발팀 에이스로 미국 프로야구 관계자를 경악시켰고, 졸업 후 치열한 스카우트 파동을 거쳐 전통의 명문 요미우리에 입단, 일본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미국과 일본 간 프로구단의 교류가 요즘처럼 활발했다면 아마도 이찌로나 마쓰이, 노모 같은 선수보다 훨씬 일찍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떨쳤을 선수로 평가된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중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5,000명가량 늘어난 2,286만 5,000명으로 집계됐으나 이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36만 명 줄어든 수치다. 전체 실업률은 5.0%로 지난해 평균 3.6%에서 크게 올랐으며 특히 청년실업률은 9.3%에 육박해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심각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 공공 일자리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고, 희망근로의 경우 신청자가 42만 명으로 사업규모 10만 명의 4배에 달해 추후 고용동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죽하면 `이태백’이란 자조적 신조어까지 등장한 판국이고 보면 지금도 졸업까지 미루며 대학도서관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숱한 청년구직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고 측은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에가와에게서 배우자! 야구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대학진학을 위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기약도, 보장도 없는 동경지역 명문대 정규 입시의 관문을 뚫기 위해 야구선수 출신 수험생이 겪었을 무한한 고뇌의 장에 같이 들어서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인내와 고통 없이 결실은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