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있어 여성이 저항할 자유와 저항할 의무
성폭행에 있어 여성이 저항할 자유와 저항할 의무
  • 승인 2019.01.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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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지바원 소송지원변호사
성폭행 중 가장 강력한 범죄인 강간이 경우 그 정의는 여성이 ‘NO’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이 성관계를 하면 처벌하는 것이고, 그 처벌은 매우 엄중하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여성이 NO라고 한 경우와 YES라고 한 경우를 구별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의 성폭행 사건을 보면 NO 같은 YES도 있고, YES 같은 NO로 볼 수 있는 의사표시가 있어 문제된다. 도지사와 그 비서의 성폭행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여비서의 행동이나 태도를 YES로 볼 것인지 아니면 NO라는 의사표시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죄가 좌우되고, 1심은 피해자의 행동 등에서 볼 때 피해자의 의사표시를 YES라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위 사건에서 피해자도 자신이 최종적으로 YES라고 답한 것은 맞지만 이는 비자발적인 YES이기 때문에 성폭행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는 성폭행을 처벌하는 세계 모든 나라의 법관과 법학자의 고민 대상이고 이에는 ‘저항할 의무’, ‘동의할 권리’의 문제,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여성을 남성에 비해 존중 받아야하고 보호할 대상인가 아니면 남성과 등등한 잣대에서 보호할 것인가라는 여러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강간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에 있어 폭행 및 협박은 ‘피해자에게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 폭행이나 협박의 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폭행 협박을 요구하고 있었다. 부부간에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재판에서도 저항할 수 없는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면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아 결과적으로 우리 판례들은 주로 ‘저항 혹은 그것을 제압하는 폭행과 협박’을 기준으로 삼고 있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자기 주체성은 등한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폭행 및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약간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였다.

최근의 판례와 학설의 경향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중요시하여 폭행과 협박의 정도를 완화하고 있다.

‘저항할 수 없는 폭행과 협박’이 강간죄의 기준이라고 보는 입장은 그 보다 낮은 단계의 폭행 및 협박에 대하여는 여성이 저항항여야 한다는 ‘저항할 의무’만을 강조한 것으로 ‘저항할 자유’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하다.

미성년자, 장애를 가진 사람, 보다 열세적인 지위에 있는 자, 다소 술에 취한 사람들도 저항할 의무가 있지만 저항할 자유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제대로 저항할 의무와 저항할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고려하여 성폭행에 있어서의 동의는 원칙적으로 ‘반드시 확정적이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유롭지 못하거나 번복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동의는 동의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성행위 수락에 대한 동의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부부나 연인관계가 아니라면 묵시적 동의라는 애매한 경우는 무조건 범죄로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현재는 그렇지 않아도 장래는 이렇게 처벌될 것이다).

상하관계의 여성이 상사의 동침요구에 계속 NO 라고 하다가 마지막에 YES라고 한 경우 이를 비자발적인 동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동의는 누가 보아도 절반쯤은 NO라고 대답한 것임을 알 수 있고, 그 의미를 반쯤 거절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당연히 최종적인 동의가 없었던 것을 생각할 수 있어 결국 NO라고 보면 될 것이다.

甲남과 乙녀는 서로 호감이 있어 함께 술을 마시다가 키스까지 하게 되자 甲남은 乙녀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착각하고 乙녀의 손을 이끌고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가진 사건에서 乙녀가 어디에서도 명시적으로 YES라고 하지 않았고 수동적으로 성관계가 이루어진 경우이므로 무조건 죄가 된다고 판단하여야 한다. 이유는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을 뿐더러 술을 마셔 정확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여! 이제 남성 중심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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