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정치통, 韓정치에 쓴소리
19곳 맛집 나눠 챕터별 구성
음식 접목 정치 지혜 녹여내
‘나라는 백성을 본으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고 했다. 삶이 순조롭게 풀리면 살맛이 나고 힘겨우면 죽을 맛이다. 잘 살 때는 매 끼니가 맛있고 인생이 꼬일 때는 밥맛도 입맛도 쓰디쓰다. 30년 넘게 정치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은 정치의 근본이란 바로 국민들을 살맛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맛과 정치는 통(通)한다. (서문 中)
사단법인 국가디자인연구소 허성우 이사장이 대한민국 정치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담은 책 ‘허성우의 맛과 정치’를 출간했다.
생선구이 집에서 ‘나라는 작은 생선을 굽듯 다스려야 한다’는 노자의 도(道)의 통치를 설명하고 양고기 집에서 효(孝)가 정치의 근본임을 역설한다. 명태탕을 앞에 두고 ‘깜’이 안 되는 정치인을 비판한다.
30여 년간 정치에 몸담아 온 저자가 다양한 정치 경험을 통해 기른 통찰력과 내공으로 날카로운 분석을 곁들인 메시지를 담았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가 선정한 19개의 맛집으로 구성된 각 장마다 특정 음식과 관련된 역사와 사유(思惟), 그 속에서 도출해 낸 정치의 지혜가 녹아 있다. 일상생활에서 인용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정치적 잠언과 선인들의 명구, 음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있어 주변에 가까이 두고 자주 찾아 읽기에 부담이 없다.
대박 난 맛집 사장들을 직접 인터뷰 해 풀어 놓은 경영 노하우는 무심코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의외의 깜짝 재미를 선사한다. 만약 이 책이 요식업 예비창업가의 손에 우연히 들린다면 사막 속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와 맛집의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깊은 바닷속 그물망에 꿰어 있는 물고기를 걷어 올리듯 동서고금의 지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새로운 관점, 정치적 영감 등이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