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과 함께 가는 생활환경
건강수명과 함께 가는 생활환경
  • 승인 2019.02.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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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성
정인성(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사람의 평균생존연수인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건강수명이라 한다. 2016년생의 기대수명은 평균 82.36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64.9세로(통계청) 평생 약 15여 년간을 질병과 함께 한다고 한다. 건강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질병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나건강씨의 하루 동선을 살펴봄으로써 질병의 원인과 예후를 결정짓는 외적 요인 중 건강수명을 방해하는 생활환경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나건강씨는 겨우내 게을러진 새벽운동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아침 일찍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나 ‘매우 나쁨’이라는 미세먼지 예보에 아침 운동은 생략하기로 하고 식사 후 세탁한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직장에 도착해서 업무를 시작한다. 온풍기 사용으로 건조해진 사무실에서는 근무시간 내내 가습기를 사용하고, 서류작업, 복사, 프린트 등 사무직의 일상적인 업무를 하고 퇴근을 한다. 귀가 후 고등어구이로 저녁식사를 하고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 침실로 들어가 잠을 잔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나건강씨의 주변 환경 중에 과연 건강수명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로, 운송, 전기발전, 산업활동, 가정 난방 및 조리 등은 미세먼지의 인공적 발생원이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급성폐질환, 폐암 등과 관련되고 일별 조기사망률, 민간집단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미세먼지 때문에 아침 운동을 포기한 나건강씨의 경우처럼 미세먼지는 그 자체로 발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건강수명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인 운동을 방해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건강씨의 출근길을 살펴보자. 출근길에서 노출되는 대기오염의 경우는 미세먼지 뿐 아니라 호흡기, 심혈관계 등에 영향을 주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오존(이상 대기환경오염 기준물질)에 노출이 된다. 다행히 나건강씨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에 대한 예방으로 착용한 ‘세탁한 황사마스크’는 어떠한가? 마스크는 재활용이 아닌 일회용이다. 즉, 오염된 후는 폐기가 원칙이고 세탁 후 사용은 추천되지 않는다. 또한 마스크는 황사마스크라는 마스크의 이름만 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황사 및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로 표시된 인증 등급을 확인하고 구매를 하여야 한다.

출근 후 일하는 사무실 환경을 살펴보자. 복사기, 프린터기 등의 일반 사무용품은 먼지와 휘발성 유기용제 등을 배출하여 점막자극증상, 호흡기 등에 악영향을 주는 인공 오염원이다. 사무실에서 적정 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나건강씨가 사용하는 가습기의 사용은 어떠한가?

실내의 적정 온도와 습도는 계절별로 다르다. 겨울철의 경우 18-20℃에서 60%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적정습도 이상은 오히려 곰팡이 번식과 같은 또 다른 실내오염물질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쾌적한 실내환경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 및 자연환기와 사무실내에 온습도계를 두어 적정 온습도를 계절에 맞게 유지하도록 하는 예방행위는 실내오염물질로부터 건강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가정에서는 어떠한가? 한때 언론에서 고등어구이 조리시 발생되는 미세먼지 노출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듯이 가정내 활동인 조리과정도 미세먼지의 인공발생원이다. 이에 대한 인체 유해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내 조리 후 약 30분 정도의 실내환기가 필요하다.

나건강씨가 살고 있는 주거지는 어떠한가? 최근 대구는 신축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들어서면서 새 아파트로의 입주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집증후군이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에게 친숙하다. 대표적 원인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도 발암 물질 그룹 1이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은 지하철 역사와 어린이집 등 대중이용시설 뿐만 아니라 신축아파트에 대한 실내 공기 질 검사를 실시하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새집이라는 매력적인 이점은 새집증후군의 우려를 축소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고 친환경 자재 도입도 의무가 아닌 권장하는 정도이다. 대도시의 경우 실내에서의 생활이 90%이상이 되면서 실내환경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나, 새로운 건축 자재들의 개발이 계속 되면서 이런 물질들의 유해성에 대한 역학적 자료의 수집과 의학적 분석은 현재 진행형으로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무직 종사자인 나건강씨의 하루 일과 중 환경에서 노출되는 건강수명을 줄일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살펴보았다. 급격한 현대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직업환경뿐 아니라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른 생활환경에서의 새로운 미지의 환경성 물질에 대한 모니터링과 의학적인 역학 조사 및 예방대책에 대한 고민은 의사에게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 외에도 예방적 방법에 대한 연구, 대상자들의 교육 및 홍보를 통한 사회적 인지도 향상 및 이에 대한 정책적인 규제를 포함한 보건학적인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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