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53분 참사발생 시각 맞춰
중앙로역 기억공간서 참배
유족 등 200여명 헌화·묵념
權 시장 “아픔 잊지 말아야”
“그때의 날들 잊지 않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기만을 바랍니다.”
지난 2003년 3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6주기를 맞아 참사 현장인 대구 중앙로역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2·18안전문화재단이 마련한 이번 추모식은 18일 참사 발생 시각인 오전 9시 53분에 맞춰 시작됐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장상수 대구시의회 부의장을 포함한 시민과 유족·부상자 등 200여 명은 참사 희생자를 위한 헌화와 묵념을 하고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공간을 둘러보며 애도를 표했다. 일부 유족들은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흐느껴 우는 등 눈물을 보였다. 더 많은 사람과 현장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참사 이후 1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지역사회가 이를 기억하고 사고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 기억하지 않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하철 화재 참사의 부상자가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등 아픔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며 “법적인 책임 여부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더 안전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추모시설을 두고 갈등을 거듭해왔던 218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와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대구시를 상대로 △유가족과 번영회의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사과할 것 △대구시·상가번영회·희생자대책위원회 3개 단체가 포함된 전담기구를 구성할 것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같은 날 2·18안전문화재단도 성명서를 내고 이들의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식 이후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아 희생자 추모탑을 참배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자고 다짐하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기억공간을 찾아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헌화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추모벽에 붙이는 사람도 많았다.
주부 한순애(61·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저를 포함해 수많은 시민들이 16년 전 화재 참사로 인해 이웃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며 “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