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Decision-making)과 뇌이야기
의사결정(Decision-making)과 뇌이야기
  • 승인 2019.02.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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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
의사결정(Decision-making)이란 목표, 확실성 및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여러 대안이나 정책들 중 하나를 선택, 적용하는 결정과정 또는 인지과정을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원하든 원치않든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이 행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범주도 다양하여, 작게는 ‘오늘 뭐 먹지’ 하는 소박한 선택에서부터, 크게는 인생의 동반자의 선택, 혹은 국가 정책의 선택 등 다양하다. 그 선택이 초래한 결과를 토대로 향후에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첫번째 결정에서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항상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뇌의 어떤 부위와 관련이 있고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2004년 발표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컴퓨터와 원숭이가 랜덤 선택에 의한 경쟁게임을 하며 보상이 주어지게 하였고 그동안 뇌세포의 활동양상을 평가하였다. 컴퓨터는 다수의 선택경쟁에서 원숭이들의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원숭이의 다음 선택을 예측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이 실험에서 원숭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보였으나 일정 순간 이후부터는 컴퓨터의 예측을 뒤엎는 선택을 하였다. 즉 반복되는 랜덤 선택의 순간에도 완전히 랜덤한 선택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이전의 선택이 가져다 준 보상효과를 학습, 분석하여 미래의 행동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 연구는 랜덤선택환경, 즉 불확실한 환경에서 선택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기존에 해 오던 반복적이고 습관적 행태는 이전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수정이나 고찰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미래에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에는 뇌의 어떤 부분이 관여하는 것일까. 사람을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행동 및 사고에 중요한 뇌의 부분은 머리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이다. 어떤 일의 계획과 결정, 진행을 주도하며 사회적 혹은 도덕적 판단을 가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모두에 기술한 의사결정의 정의를 되짚어본다면 의사결정은 전두엽의 역할인 듯하다. 앞선 2004년의 연구에서는 일련의 과정동안 뇌세포의 활동양상을 측정하였다. 재미있는 점은 선택과정 뿐만 아니라, 선택 후 결과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 후에 뇌의 특정 구역, 전두엽 중 전전두피질이란 부분이 활성화된 것이다. 즉 전전두피질이 의사결정 후 결과를 모니터링 하는데에도 관여함을 보인 것으로,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조절하고 수정하는 과정,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전전두피질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뇌는 반복적 훈련과 학습에 의해 이루어지는 패턴의 강화를 통해 안정된 신경망을 갖추게 된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나 강화에 유리한 뇌의 기능이지만, 반면, 하나의 ‘틀’ 이 되어 사고의 경직을 초래할 수 있다. 심지의 그 ‘틀’의 범주가 너무나 좁다면 경직적이다 못해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가 될 것이다. 패턴의 강화를 통한 신경망 구축 이전에 다양한 변수가 적용된다면 좀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할 것이다.

빈약한 경험으로 고착된 신경망은 편협한 사고만이 가능할 것이고, 다양한 경험과 사색, 긍정적 감정상태 등이 변수로 추가된 경우 이 신경망은 좀더 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개인을 완성할 것이다.

주변에서 편협한 사고를 가진 친구, 경주마와 같이 앞만 보고 달리는 친구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혹은 신문 지상에서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자신들만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진행하고 밀어붙이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노화과정을 전전두엽의 장애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뇌가소성이라는, 많은 정보와 학습에 의해 뇌가 변화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원리와, 학습과 배움에 의해 뇌의 위축이 덜해진다는 일련의 연구는, 인간의 전두엽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전두피질의 기능 역시 여러 복합적인 두뇌 활동을 통해 강화돌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강화된 전전두피질을 가진 개인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좀더 건강한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좀더 많은 구성원이 납득하고 만족하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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