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 승인 2019.02.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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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금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세계의 이목(耳目)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 북한이 핵폐기를 약속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제재의 완화 또는 해지를 약속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번 회담을 앞두고 문대통령과 트럼프대통령의 전화 통화 이후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25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들어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힌 점을 유추해볼 때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종전선언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회담의 결과가 어떠하든지 북한으로서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결과를 얻어갈 것은 분명하다. 참으로 놀라운 외교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한·중, 미·중, 남·북은 사실상 종전선언을 하였으니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며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 비핵화가 가시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무장해제, 안보해체만 가져온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주한미군이나 유엔사령부 해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합의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남·북·미 3자간 혹은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을 추진해 왔지만,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4·27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별도로 체결하면서 사실상 남·북간 종전선언 및 불가침선언을 맺었기 때문에 미·북 양자 간 체결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급전환하였다. 즉 이미 남·북 양측이 전쟁 당사국간 적대 관계를 청산했기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종전선언을 도출한다면 결국 3자가 종전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는 효력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의미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1953년 7월 27일에 맺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정식 문서로 체결하여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 선언이나 문서가 아니라, 과연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다고 추측되고 있는 핵을 폐기하여 한반도를 핵이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려고 하는 진정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선언이나 국가 간의 협정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파기될 수 있는 것이고,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행태로 볼 때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핵이 없는 북한은 세습체제의 유지나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주목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같은 생각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항상 핵을 머리에 두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파키스탄의 핵 보유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핵 포기 의사가 없고 북·미 협상으로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대남전략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서 남북 경제협력으로 현재 난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역사적인 작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 하였지만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은 없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만 특별히 서두를 것(no particular hurry) 없다고 밝힌 것 같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도 우리가 희망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

자칫 미국이 북한의 시간 끌기에 말려들거나, 노벨평화상이나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에 눈멀어 어떤 성과라도 얻어내기 위해서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을 용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우리 국민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가시화 될 때까지 안보에 더욱 치중하고, 남북경협 또한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격언을 잊지 말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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