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극적인 속편 예고한 '하노이 노딜(no deal)'
[기자수첩]극적인 속편 예고한 '하노이 노딜(no deal)'
  • 승인 2019.03.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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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억 정치부장(청와대·국회출입
최대억 정치부장(청와대·국회출입)

영화는 똑같은 시기 개봉된 흥행작이 생겨나면 맥을 못 추다 소리소문 없이 간판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톱스타를 내세운 점이 같고 충격과 반전 등에서 콘텐츠 강점이 있어도 시의성(時宜性)에 따라 관객취향이 액션보다 현실비판에 더 쏠려 뒷심을 발휘한 경우가 있고, 그 반대도 있다.

'트럼프-김정은 회담' 소재로 훗날 헐리우드 영화가 제작된다고 상상했을 때, 두 정상은 2년전 까지만 해도 서로 삿대질을 해대며 금방이라도 핵 단추를 누를 것 같던 '전쟁직전' 상황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실제로 만나 악수하며 화해 무드로 돌아섰다가도, 돌연 '의심·불안·긴박감'을 조성한다.

또 이 과정에서 변증법적 비핵화의 완성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만만치 않은 나라들로 둘러싸여 두 정상만의 몫이 아닌 점에서 서스펜스와 판타지를 가미한 대하·서사(大河·敍事) 영화를 연상케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업적을 담은 헐리우드 영화를 최종 완결(한반도의 영구 평화·노벨상 수상·2020년 대선 공화당 연임 등)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틀간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줄거리 전개상 모든 관객의 예상을 깬 '사실상 결렬' 보다는 시기상 다른 흥행작(?)에 밀려 일찍 간판을 내린, 그리고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목표로 한 야심찬 속편 제작의 여운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에 주목한 시각, 미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장이 아닌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온(러시아 스캔들)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장을 비췄고, 거의 동시에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에 미 정가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하노이 분량은 흥행몰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른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반전 요소(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언급)에 대해선 사실상 한국과 북한, 개봉 장소인 베트남 관람객 등에 비해 미국과 국제사회는 다른 흥행작에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다만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언급' 카드는 속편(3차 회담)을 예고하며, 북한이 수십년에 걸쳐 은밀하게 진행해 온 핵 시설 분산화에 국제사회의 관심을 어렵사리(?) 얻어냈다.

극적인 속편이 이어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전까지 노벨상 수상의 빅 이슈로 호재 삼은 북핵문제 해결이 2차 정상회담 시기에선 별소득없는 '톱뉴스감'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세계이목의 중심에 설 전제하에서 향후 있을 세 번째(또는 네번째) 만남에서 양 측이 제시할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조처에 접점을 모은 궁극적인 '윈-윈' 카드와 함께, 그 개연성에서 두 정상의 영부인 동반 출연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 정상회담' 출국 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점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논의에서)두 지도자가 솔직하게 토론하고 '선택지'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분석하면, 이미 두 정상이 '선택지(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언급)'를 사전 논의하고 염두에 뒀지만 시기상 의제설정을 미룬 것으로도 추론해 본다.

우리로선 미국의 속편 흥행작을 위한 북미간 브릿지 역할 재가동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4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의 상황 보고에 이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한 뒤 '중재자' 역할과 관련한 논의에 집중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속편을 예고한 '하노이 노딜(no deal)'은 막을 내렸지만 북한과 혈맹 관계를 지렛대 삼아 한반도 문제의 영향력을 자처해 온 중국과 경제·군사·외교 등 전반적으로 충돌하는 미국과의 '미중 추가 무역협상'에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중미 무역전쟁의 영향권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정부와 문 대통령으로선 북미 대화와 북핵문제, 한반도 정전체제와 평화협정 등의 복잡하게 얽힌 고차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비중있는 주연급·조연 역할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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