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훈육은 어떻게 할까?
내 아이 훈육은 어떻게 할까?
  • 승인 2019.03.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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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대구시 의사회 재무이사, 임연수소아청소년과 원장)
허용할 것인가, 못하게 할 것인가? 두 가지 상황을 놓고 보기로 하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도중 홀에 나가 뛰어놀기 전 눈치를 보는 46개월 아이와, 물을 먹다가 옷이 젖어 감기 걸릴걸 염려하는 엄마와 달리 싫다고 우는 34개월 아이가 있다고 하자. 1번은 안 된다 이고 2번은 그냥 둔다 이다. 첫 번째는 공중예절을 알려줄 수 있는 나이이고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므로 안된다가 맞고 두 번째 경우는 감기가 걸릴 거라는 걱정은 엄마의 생각이지 아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니 그냥 놀게 두는 것이 맞다. 육아에는 정답은 없지만 영유아 상담 때 강조하는 기본 원칙이 있다. “만족지연능력”과 “경계선 정해주기”이다.

마쉬멜로 실험은 익히 아는 실험이다. 1960년대 스텐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월터미셀이 한 실험으로 아이들 앞에 마쉬멜로를 두고 10분을 참으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참았던 아이들이 30년 추적 검사에서 좀 더 나은 지위와 연봉을 받더라는 실험이다. 하지만 2018년 5월에 그 실험을 뒤집는 결과가 발표되는데, 비슷한 수준의 환경을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다양한 계층으로 넓히고 인원도 900명 수준으로 늘였더니 환경에 따라 성취 능력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유한 집 아이들은 기다려도 다음에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다릴 수 있었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은 지금 먹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긴박감이 작용을 했고 환경도 나빠 미래가 차이가 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난 두 번째 실험의 결론도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모든 아이들이 다 엄청 갖추어진 환경에서 살 수 없고 아무리 요새 세상이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아니라하더라도 양육환경 엄격히 말해 양육의 태도에서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아야한다는 원칙을 간과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 경계선을 정해주라는 얘기를 자주한다.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원칙 말이다. 아이가 사 달랜다고 다 사줄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TV나 스마트폰을 안보여주고 키울 수는 없지만 운다고 떼쓴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만 보고 시간이 되면 끄고, 아무리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도 그 날 정해진 개수를 넘어가지 않는 범위에서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중력 있는 아이로 키우는 첫째 조건이 일정한 스케줄을 만들어주라는 것이다. 예측이 가능해야 하고 그래야 스스로를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또 이런 습관들이기는 생후 4개월부터 할 수 있다. ‘ 아 잘 시간이네. 엄마가 불을 끄고 나를 눕히는 거 보니 좀 있으면 토닥토닥 하겠네. 졸리니까 자야겠다 ’ 이런 식의 예측이 가능한 일상이 아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돌아가서 최근의 마쉬멜로 실험에서 말한 환경도, 부자라고 다 사주고 다 주는 것이 아니고 가난하다고 아무것도 못해주는 환경이 아니라 그 범위 내에서 내가 기다리면 칭찬과 보상이 온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좀 있다가 책 읽어 줄께가 아니라 책 읽어주는 시간이 15분 남았으니(아이들은 시간 개념을 모르지만 시계바늘 위치 등으로 예측 할 수 있게 하면) 그때까지 기다리면 읽어줄 거라는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이 쌓이면 많이 보채지 않을 수 있다. 조금 있다가라는 불확실성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계획표대로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바뀌는 경우에는 미리 얘기하고 사과를 구하는 부모의 태도 또한 아이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기 전에 가능하면 최소한의 자극으로 자기 감정을 조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기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데 좋다고 한다. 울면 즉각 반응은 해주어야한다(그래야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조건 운다고 안아서 달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맞추고 시각자극, 울고 있었어? 딸랑이를 흔들면서 청각자극, 그 다음이 공갈 같은 촉각자극을, 안되면 캐리어 등에 눕히고 가볍게 흔들기 마지막이 안아서 살살 흔들면서 달래주기이다. 처음부터 너무 큰 선물을 주면 나중에는 작은 선물은 시시해지는 법이니까. 여기서 부터가 만족지연의 출발점 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아이를 틀에 넣어서 자유를 말살하라는 건가요라며 따질 수 있지만 자유와 방임, 주장과 떼씀은 다름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 하나하나 모이면 우리사회도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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