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된 선사시대 암각화
詩가 된 선사시대 암각화
  • 황인옥
  • 승인 2019.03.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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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시인 육필 화시전…24일까지 박물관 수 별관
현대시단 대표원로시인 36명
암각화 그림보고 詩 재능기부
이태수 등 지역시인들도 참여
고래·거북 등 숭배동물 찬양
국보문화재 보존가치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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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화시집 대구 개막식에 참여한 지역시인 및 주요인사들이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들을 인쇄한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이다. 김남조, 정호승, 신달자, 이태수, 이하석 등 원로ㆍ중견 시인 36명에게 그림 하나씩이 배달됐다. 세계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였다. 그림에는 고래, 호랑이, 사슴, 거북, 물고기, 사람 등의 형상과 수렵 어로 활동 등의 선사시대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시인들은 고래나 호랑이·사슴부터 뜻을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도형까지 각자 받은 그림을 보고 화선지에 시를 써 내려갔다. 이들의 시를 모아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 전시제목이 ‘화시전’이다. 시에 그림을 입힌 ‘시화전’과 달리 그림을 보고 시를 쓴 전시라는 의미로 붙여진 제목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건청 시인은 “선사인들의 암각화들이 현대 감각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며 “암각화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화시전 기획의도를 밝혔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 속의 그림을 보고 원로시인이 시를 짓고 육필로 쓴 시를 소개하는 ‘화시전’이 24일까지 박물관 수 별관(대구 수성구)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현역 최고령 문인으로 구순이 넘은 김남조 이건청 강은교 김형영 김종해 감태준 김후란 김성춘 구광렬 나태주 신달자 송재학 이태수 이하석 이우걸 윤후명 오탁번 오세영 정호승 정희성 최동호 최문자 허영자 시인 등 36명의 한국 현대시단의 대표 원로ㆍ중견 시인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시집으로 목월문학상을 받은 이건청 시인은 ‘반구대를 바라보며’라는 시에서 ‘저기 반구대가 보이네/여기 살던 힘센 사람들이/한곳에 모여/천지신명을 만나던 곳/(중략)/그때 그 모습대로/엎드린 거북 한 마리 보이네/선연히 보이네’라고 노래했다. 또 시인 김남주는 ‘고래’라는 시에서 ‘고래는/ 요동치는 섬이며 숲이다/(중략)/피와 눈물이 흘러도/그는 죽지 않는다/천하 제일의/장엄한 고독이며/지축도 흔드는 무적의 힘이여’라며 반구대 고래를 찬양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들도 함께 했다. 이태수 시인은 반구대 암각화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반구대암각화는 옛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꿈을 오롯이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꿈에 활력소가 된다”면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하석 시인은 천전리암각화의 마주보고 있는 사슴을 보고 ‘ 마주보고 있는 건, 그냥, 한결 서로 보는 것일까?/사슴의 눈으로 보는게 어떤, 지나칠 수 없는, 매듭일까?’고 질문을 던진다. 이 시인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는 단순한 국보문화재라기보다 우리 삶속에 흐르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원천”이라고 밝혔다.

서울 가회동 갤러리 한옥에서의 전시에 이어 지난 12일 대구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암각화를 발견한 문명대 교수, 대구 이태수·이하석 시인, 이상규·김홍명·유진춘 교수, 이경숙 관장, 김산 작가, 임철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반구대포럼 이달희 상임대표는 이날 개막식에서 “당대의 내노라하는 원로 시인들께서 암각화 창작시를 화선지에 먹으로 적은 육필시를 써주셨다”며 “포럼은 앞으로도 암각화 보존과 그 가치를 알리고 세계유산등재에 기여하도록 정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오는 21일 오후 6시30분에 국제 하나예술협회 꽃뜰 힐링시낭송원 대구지부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작품 낭송회를 연다. 053-744-5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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