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쌓아 올렸던 돌탑 절반이 무너져버렸다
태풍 지난 길 위에 내가 빌었던 소원 또한 무너진 건 아닐까
바라보는데, 무너진 돌탑은 되레 측은한 눈빛이다
삼천 배 올리는 중, 마지막 천배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입원한 친구의 소원이
절반쯤이라도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나를 올려다본다
작은 돌멩이 하나 집어 돌탑 틈새에 머뭇머뭇 끼워 넣는데
허물어진 곳 돌 하나 끼워 넣기 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 달라는 돌탑의 귓속말을 들었다
대게 소원들이란 끝없는 욕망에 닿아 있으니
그 무게 견디지 못해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말로는 차마 하지 못했다
태풍을 핑계로 허물어진 돌탑은 보수의 손길 보다는
원한다, 처음부터 새로 쌓아지기를
◇이복희= 문학시대 신인상,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구상예술제 금상, 시공간 회원,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선주문학상 수상, 구미사우회 회원.
<해설>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린다면 그처럼 안타까울 수 없다. 대개는 미련 때문에 보수를 하려 하지만 더 많은 수고와 위태로움을 낳을 뿐이다. 하지만 시인은 알았다 서두름보다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냉철한 이성을 주문하고 있다. [허물고 다시 쌓기]는 그것만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