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축구는 속도와의 전쟁...백패스하면 집에 가라 합니다”
“대구 축구는 속도와의 전쟁...백패스하면 집에 가라 합니다”
  • 승인 2019.03.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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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붐’ 이끄는 조광래 대구FC 대표
풍부한 경험 살려 기술고문 역할…깊이있는 조언 전달
“대팍 매진 행렬 계속 이어가려면 경기력이 우선돼야
대구 열풍 어디든 가능…노하우 전할테니 벤치마킹을”
대구FC-조광래대표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DGB대구은행파크 구장 내 기념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팬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데 익숙하던 프로축구 K리그에 ‘소문난 맛집’이 생겼다.

몰입감 넘치는 1만2천석,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쿵쿵 구르며 ‘내 선수’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남다른 응원 문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재미있는 경기까지.

요즘 축구 팬, 아니 축구를 챙겨보지 않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된 대구FC의 DGB대구은행파크 얘기다.

한참 기다려서라도, 의자에 못 앉으면 일어선 채라도 경기를 보겠다는, K리그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연일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담한 새 경기장이 개장 3경기 연속 꽉 찬 가운데 대구는 시즌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요즘 한국축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2014년부터 구단을 이끌며 전용구장 건설과 K리그 최초의 경기장 명칭 사용권(네이밍 라이츠) 판매 등 경영은 물론 경기력까지 다방면으로 ‘빅 픽처’를 그린 조광래 대표이사의 리더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녹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17일 만난 조 대표는 “우리는 아직 초보자”라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매진을 이어가고, 궁극적으로는 무료입장을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특유의 ‘번뜩이는 역습’ 강점

대구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구단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고 K리그1 하위 스플릿에서 선전했지만, ‘강팀’으로 선뜻 분류하기는 어려운 팀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다크호스’ 정도로 꼽혔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비롯해 울산 현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등 강팀과 연이은 대결에서 지지 않았고, 이런 선전이 흥행의 폭발력을 더했다.

김대원-세징야-에드가의 공격 삼각편대, 그 뒤를 받치는 츠바사-정승원의 조합, 홍정운을 축으로 한 철벽 스리백(3-back),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까지.

조현우를 빼면 ‘스타’라 할 만한 선수가 딱히 없지만, 지난해 전력을 대부분 유지하며 갖춘 조직력이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는 영입을 많이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어린 선수를 성장시키는 게 방침”이라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계훈련에선 ‘속도와의 전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설명이다. 대구 특유의 번뜩이는 역습도 여기서 비롯됐다.

“공격 전개가 빠르다는 게 우리 팀의 특장점입니다. 훈련 방법부터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결과지요. 백패스 하는 선수에게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에 가라’고 합니다. 현대축구가 그렇습니다. ‘속도와의 전쟁’ 이에요. 생각의 속도부터 높여야 합니다.”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조 대표의 시선은 TV에 흐르는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장면에 고정돼있었다. 그는 요즘도 하루 3∼4시간은 경기를 보며 더 좋은 축구를 고민한다.

◇ 기술고문은 ‘깊이 있는 조언’ 역할

클럽과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거쳐 경험이 풍부한 조 대표는 대구에서 기술고문도 맡아 경기력에 관여한다.

훈련 프로그램을 짤 때부터 상대 팀 분석에 이르기까지 감독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한다.

안드레(브라질) 현 감독과는 과거 안양 LG 시절 감독과 선수로 만난 인연이 이어져 부자(父子)나 다름없는 관계고, 협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행정 책임자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까지 병행하는 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대표는 기술고문으로의 역할은 “깊이 있는 조언”이라고 규정했다. 최종 판단과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분석은 한 명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낫습니다. 특히 경력자의 깊이 있는 조언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드레 감독도 직접 요청했고요. 함께 하는 동안 많이 성장했고, 결과로도 증명됐습니다.”

현시점의 ‘감독 안드레’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조 대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 등 부족한 게 보였는데, 자료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지고 안정돼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멀었다’고 채찍질은 계속하고 있지만요.”

◇‘오픈발’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해답은 ‘경기력’

경기와 흥행 모두 멈추지 않는 상승세 속에 대구 구단의 신경은 현재의 ‘매진 행진’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집중돼있다.

‘거기 맛집이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온 이들이 한결같이 만족할 수 있도록 맛집에선 음식 맛이 절대적인 것처럼, 결국 축구장에선 경기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게 조 대표의 일관된 지론이다.

“K리그에 이렇게 연속으로 매진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압니다. 팬들이 호응해주니 최대한 연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경기력입니다. 좋은 내용을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야구 개막이 축구 흥행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조 대표는 “축구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걸 이제 느끼기 시작한 분들이 있다”면서 “야구의 영향이 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도리어 “시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만 있다면 야구팀과도 뭐든 같이 할 수 있다”며 ‘상생’도 꿈꿨다.

꾸준한 경기력과 흥행 연착륙 속에 경기 당 입장 수입 1억원 이상을 올리고 ‘무료 티켓’ 없는 경기장을 만드는 게 그가 지향하는 바다.

◇ 대구 벤치마킹하려면 ‘욕심 버리고, 포기하지 마’

2019시즌 초반을 휩쓰는 ‘대구 열풍’은 리그 전체, 특히 시도민 구단을 비롯한 지방 팀과 지자체 입장에서 큰 관심사다. ‘K리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표본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대표는 “특히 지방 팀이 우리 스타일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면서 “필요하면 우리 구단도 노하우 등을 모두 오픈하겠다. 같이 성장하고, 호흡하면서 프로축구를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황된 생각 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한국축구 현실에 맞게 판단해야 해요. 지방에는 1만∼1만2천석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봅니다.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할 텐데, 그것을 실제로 끌어내려면 충분히 이해시킬만한 설명, 예시가 많이 필요합니다. 안 된다는 생각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어느 지역이든 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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