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못
동자못
  • 승인 2019.03.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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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아직도 회색 장삼을 입은

동자못을 깨우고 있었다

가슴에 꽃씨를 묻고 살던 수초들도

귀양살이 벗어나 하늘을 닦고 있고

병꽃들이 수다를 떠는 섬이 되었다

무구한 전설을 회임한 동자못은

천의자락 휘날리는 봄바람을 타고

공후를 연주하던 비천상이 되었다가

곡우의 분홍화두에 심취되고 있었다

복사꽃 꽃길을 밟아오는 무현금에

흰 구름도 해맑은 영혼으로 여과되어

동자못에 내려와 가부좌로 앉아 있고

회화나무 베고 누운 선화리 들녘도

꼿꼿한 추사의 세한도로 일어나고

동자못이 품고 있던 마른 연꽃들도

잠이 덜 깬 동자승으로 환생하고 있었다.

* 동자못: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위치한 연 저수지

◇김정아 = 강원도 철원 출생. <문학세계>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경산문인협회 회원. 시집: 마술에 걸린 여자, 연꽃 만나고 가는 나그네, 별을 심는 여자.

<해설> 억겁의 세월을 반복하면서 긴 혹한의 계절을 견뎌내고 또 다시 살아나는 자연의 진리.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노란 나비가 사뿐사뿐 날다 앉은 것 같은 어리연꽃이 지나가던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을 것 같다. 시인의 마음에는 벌써부터 따뜻한 봄이 가득하고 그윽하게 풍겨 온다. -허행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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